“가장 민감한 기업이 시장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습니다.”
디지털바이오테크놀러지의 장준근 사장은 다윈의 진화론을 토대로 끝까지 살아남는 종(種)은 가장 지능이 높거나 힘이 셌던 종이 아닌 환경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종이었다며 세계 바이오 시장의 조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위해 미국팜스프링에서 열리고 있는 ‘랩오토메이션2002’에 참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년에 석 달 이상을 해외에서 보내며 세계 시장의 움직임을 읽는다는 장 사장은 우리나라 바이오벤처기업 최초로 이번 전시회에 처녀 출전했다.
그는 또 160여 개 전시기업 중 40개 기업에만 주어지는 발표 기회도 얻었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장 사장은 “이미 미국과 유럽의 첨단 바이오장비 기업들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장비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그들이 진출하지 않은 틈새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기업이 자리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랩오토메이션2002에 디지털바이오테크놀러지는 1나노리터 이하의 극 미량 샘플을 분석할 수 있는 세포개수측정기를 출품했다.
“세포개수측정기는 복잡한 과정을 가장 단순한 방법을 사용해 분석하는 것입니다.”
그는 단순하게 보이는 장비를 통해 혈액 속에 적혈구와 백혈구 개수를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바이오의 ‘C-Box’는 이번 전시회의 주요 기술인 바이오 멤스(MEMS)와 랩온어칩(Lab-on-a-chip), 극 미량의 유체를 조절하는 나노플루이딕스(nanofluidics) 기술을 모두 융합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DNA칩 기업 캘리퍼를 비롯한 베크맨 콜터 관계자들이 C-Box 원리에 대해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이에 대한 특허 문제와 기술 이전 등을 준비할 작정입니다.”
전시회 하루 만에 자사 제품에 대한 주위의 반응을 파악하고 디지털바이오가 가야 할 방향을 발빠르게 수정하고 있는 장 사장.
“오는 2005년이면 세계적인 제약회사들이 보유한 75%의 약에 대한 특허가 만료되며 이 때문에 제약업체들은 생존에 대한 위기와 함께 신약개발 속도에 대해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으로 생명공학 연구장비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하는 그는 바이오 기기 시장의 잠재성을 높게 평가했다.
생명공학 연구에 가장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다는 장 사장은 내년에는 다양한 제품군을 출품해 더욱더 성장된 디지털바이오테크놀러지의 모습으로 이 전시회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팜스프링=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