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연구계를 움직이는 사람들>(4)멤스

우리나라 멤스(MEMS:Micro electro-mechanical system)분야에서 대학교가 아닌 기업, 국책연구소에 종사하는 전문인력은 줄잡아 300여명으로 추정된다.

지난 90년대 중반 멤스기술의 상용화바람이 시작되자 주요 대학가의 멤스관련 1세대 교수들로부터 사사받은 전문인력들이 기업체와 국책연구소로 급속히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국내 멤스전문인력으로 분류되는 500명 중에서 절반이상을 기업, 국책연구소가 수용하면서 기존 대학가의 멤스전문가집단을 양적으로 제친 상태다.

이는 국내서도 멤스연구를 주도하는 주도집단이 고풍스런 대학연구소에서 최첨단 민간연구소로 중심이동하기 시작됨음을 의미한다.

반도체 가공방법을 이용해 수㎛급의 초미세구조를 지닌 기계, 장비를 제조하는 멤스기술은 이미 우리주위의 실생활에 광범위하게 응용되는 상황이다. 특히 전자, 기계, 방산, 의료 등 사람들이 미처 예상치 못한 분야로까지 확산돼 엄청난 산업유발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에 국내서도 멤스관련 벤처기업의 40여개나 생기고 주요 대기업도 독자적인 멤스연구팀을 속속 출범시키고 있다.

이처럼 멤스기술이 학문적 관점이 아닌 제품화 개념으로 적용되면서 비대학 연구소에서 근무하는 멤스전문인력의 중요성이 최근 더욱 부각되고 있다.

특히 그러나 외국 유명대학교에도 교수진으로 널리 퍼진 국내 대학교의 멤스전문인력층에 비해 연구소출신 멤스인맥의 영향력은 국제적으로 비교할 때 다소 떨어지는 수준이다.

당초 반도체공법을 기초로 발전한 멤스는 단순한 응용기술단계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산업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국내 연구소에서는 멤스전문팀을 경쟁적으로 채택하고 있으며 우연히 멤스연구의 길로 빠져든 1세대 멤스인맥과 달리 처음부터 정식으로 멤스분야 박사학위를 딴 연구인력도 속속 등장하고있다.

아직 반도체에 대한 개념조차도 희미하던 80년대 후반 멤스라는 첨단기술개념을 이용한 마이크로센서와 액추에이터에 대한 연구개발노력을 곁눈질로 배우고 국내에 이식한 민간연구소의 멤스전문인력의 공적은 결코 무시하지 못한다.

삼성, LG 등 민간연구기관의 적극적인 멤스연구는 기업생리와 거리가 먼 대학가 연구소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 상황이다.

멤스관련 주요 연구소 인맥을 살펴보면 다른 공대분야와 달리 연령층이 젊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 연구소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40대 초반 멤스전문가들의 이력을 살펴보면 애초 다른 기술분야에서 멤스연구로 빠져든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에 비해 30대 중반이하 젊은 멤스인력들은 미국 버클리, 조지아텍 등에서 처음부터 정식으로 멤스분야 박사학위를 딴 사례가 속속 등장해 세대교체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멤스수준이 짧은 시간내에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한 것은 무엇보다 국내 멤스기술의 상용화를 앞당긴 젊은 연구원들의 공로가 크다. 특히 삼성, LG 등 대기업 산하의 멤스연구조직은 풍부한 반도체 전문인력과 생산장비의 지원을 업고 국내 멤스기술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 전자부품연구원을 비롯한 국책연구기관들은 자금, 기술력이 부족한 멤스관련 벤처기업의 연구개발(R&D)을 외부에서 지원하며 국내 멤스기술의 상용화에 중요한 인프라구실을 하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국책연구기관인 KIST에선 문성욱 박사(42)가 멤스전문가로 손꼽힌다.

문성욱박사는 연세대학교 금속공학과와 동대학 석·박사학위 과정을 거친 뒤 95∼97년까지 영국 러더포드연구소에서 멤스관련 연구경력을 쌓으면서 본격적인 멤스연구에 뛰어들었다

현재 KIST내 마이크로시스템 연구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문박사는 학계에서 가장 활발한 멤스관련 연구활동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와 민간업체들이 주문으로 국내서 추진되는 멤스연구프로젝트를 여러건 동시에 진행 중이다.

그는 특히 옵티컬멤스분야에 전문가로 알려져 21세기 프런티어사업을 통해 비가시광 영상검출모드·적외선 디텍터분야에서 많은 연구개발 실적을 보유하고 있으며 러시아, 유럽의 멤스업계에도 많은 지인을 둔 국제통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박세일박사(42)는 멤스기반의 각종 계측센서 국산화로 국내외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그는 카이스트에서 물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뒤 지난 96년부터 멤스기술을 이용한 유속, 온도, 적외선 센서개발에 몰두해왔으며 표준과학연구원 내에 설치된 멤스FAB운영을 진두지휘 중이다.

특히 지난해는 대용량 AC-DC컨버터를 멤스기술을 이용해 손톱만한 크기로 줄이는데 성공해 해외 멤스학계의 주목을 받았고 각종 멤스기반제품의 상용화분야에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최대의 멤스연구조직인 삼성종기원의 멤스랩장을 맡은 고병천상무(49)는 삼성의 멤스연구를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하는 주요 인물이다.

고상무는 서울대 기계공학과와 대학원과정을 마친 뒤 80년대 후반 당시 멤스기술에서 세계선두를 달리던 미시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따면서 멤스라는 기술분야에 처음 접했다.

이후 한국기계연구원을 거쳐 지난 95년 삼성전자에 합류한 그는 지금 100여명의 멤스전문인력을 이끄는 멤스 연구소장으로 멤스기술의 상용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평소 상황판단이 매우 빠르다는 평을 받는 고상무는 잉크젯 헤드, 옵티컬 멤스, 센서류 등 돈이 되는 멤스기술의 상용화에 최우선 많다. 라이벌연구소격인 LG종기원의 멤스연구를 책임지는 부상무와 같은 동네에 이웃한 그는 연구욕심이 누구보다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같은 삼성종기원에 근무하는 최형박사(42)는 연세대 물리학과와 석박사를 거쳐 지난 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현재 삼성종합기술원 멤스랩 전문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최박사는 디스플레이용 마이크로어레이개발과 잉크젯헤드, 옵티컬 스위치 등 멤스기술의 상용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지난해 새로 출범한 삼성종기원 멤스랩의 각종 실무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또다른 국내 멤스연구의 양대축인 LG종기원의 부종욱상무(42)는 소자재료 연구소의 마이크로시스템장과 이노베이션센터를 맡아 LG그룹의 멤스연구를 책임지고 있다.

산하에 30여명의 멤스연구그룹을 진두지휘하는 부상무는 부품개발보다 멤스 임베디드시스템을 통해서 제품의 사이즈를 줄이는데 멤스연구 방향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는 멤스기반 센서사업을 외국계 센서전문업체인 써모메트릭스사에 스핀오프해서 분사시켰고 연구역량을 광학멤스쪽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고대 금속공학과와 동대학 석박사과정을 나온 그는 금성중앙연구소의 재료개발연구로 시작했는데 당시 멤스기술분야에서 가장 앞섰던 미시건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받아 통신쪽에 RF멤스, 옵티컬 멤스를 하고 있다.

미국 나사의 제트프로펄젼랩에서 근무 중인 양의혁박사(36)는 아주대학교 학사와 석박사를 졸업한 뒤 동경대 공학부에서 멤스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연구소로 진출한 몇 안되는 케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멤스업계에서 널리 알려진 양상식교수의 직계제자인 양의혁박사는 씬필름, 마이크로펌프, 써멀멤스 등에서 젊은 나이에도 뛰어난 연구실적을 보여 장래 국내 멤스연구계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는 인물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이명래 박사(35)는 동아대 물리학과를 나와 석박사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수료했고 이후 정보통신연구원을 거쳐 98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원천기술연구본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가 쓴 논문은 주로 옵티컬멤스쪽의 광통신과 광스위개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특히 정통부의 선도과제로 광스위치, 소자개발, 광필터 등 통신용 광부품분야 멤스기술연구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의 박효덕박사(43)는 G7사업의 일환으로 95년 12월부터 본격적인 멤스연구를 시작했다. 경북대에서 석박사를 졸업한 그는 전자부품연구원에 93년에 들어온 이후 멤스를 이용한 압력, 가속도센서 에어플로우, 가스센서, 바이오센서 개발로 20여편의 논문을 썼으며 환경분야에 마이크로 토탈분석시스템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부터 마이크로 머신연구센터장으로 취임한 박효덕박사는 현재 광전자, 케피코와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순수한 R&D가 아니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멤스응용기술에 주력하는 것이 특징인데 박효덕박사는 이러한 분야에서 적임자로 인정받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