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의 부도여파가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예상처럼 크지 않았다. 이미 메디슨이 관계사와 출자사의 지분을 대거 처분한 상태로 등록된 관계사나 지분출자사가 소수였으며 은행들도 대부분 채무에 대한 담보를 확보한 상태로 부도에 따른 파장은 메디슨과 개별기업 소수에만 국한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메디슨은 29일 주식시장 개장전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돼 주가변동은 없었으며 프로소닉과 메디다스는 개장과 동시에 하한가로 추락, 각각 2360원과 1720원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지난해 6월말 기준 메디슨은 프로소닉 지분 30.3%를 갖고 있으며 메디다스 지분 5.7%를 보유중이다.
코스닥증권시장은 이에 따라 메디다스에 대해 메디슨의 무보증 전환사채 보유 유무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하는 동시에 주권의 매매거래를 정지시켰으며 프로소닉에는 메디슨과의 채권·채무 현황 및 지급보증 유무 등의 구체적인 내용, 회사에 미치는 영향 및 대책 등에 대해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메디슨은 지난 96년 설립된 의료장비 전문 제조업체로 투자확대를 통해 의료관련 사업다각화를 진행, 국내외 40여개에 이르는 관련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성장했다. 창업자인 이민화 회장은 벤처신화의 1세대로 꼽혀왔다.
그러나 2000년 이후 자금시장 침체로 인한 유동성의 어려움, 국내외 관계사에 출자했던 자금의 회수 지연, 운전자금 부담에 따른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규모 확대 등으로 전반적인 자금흐름에서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투자유가증권 보유와 처분 등 영업외적 요인으로 불안정한 경영상태를 보여왔다.
2000년 말부터 적극적인 관계사 매각 및 처분안을 내놓고 메리디안·써텍 등 관계사들의 지분을 줄여왔지만 궁극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막지는 못했다. 지난 99년말 기준 50.3%에 불과했던 메디슨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6월말 653.0%까지 상승했다.
주가도 벤처와 코스닥 열풍이 불던 99년말 2만3300원까지 오르는 등 시가총액이 6300억원까지 부풀려졌지만 전날 거래일 기준 시가총액은 840억원으로 떨어졌다.
한편 한국기업평가는 29일 메디슨의 회사채 등급을 BB+에서 B로 4단계 하향한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메디슨이 수익성 악화와 운전자본 부담 가중으로 작년 12월말 기준으로 총 차입금이 약 2500억원(우발채무 포함시 3000억원)에 달했으며 올들어 유상증자 등 자구방안이 추진됐으나 회복조짐이 없는 등 자금경색 심화가 나타나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1차 부도를 낸 메디슨이 계획했던 유상증자 일정도 변경됐다. 당초 29일과 30일로 예정됐던 유상증자 청약일은 다음달 26일과 27일로 변경됐다. 또 메디슨은 부도사실을 기재한 정정신고서를 금감원에 다시 제출했다.
김학균 신한증권 책임연구원은 “약세장이었다면 메디슨 파장이 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었지만 시장의 상승 분위기에다 영향받는 관련기업이 적어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풀이했다.
한편 이번 메디슨 부도사태는 무한기술투자와 웰컴기술금융 등 벤처캐피털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회사는 웰컴기술금융이다.
무한기술투자 경영권 분쟁으로 메디슨과 법정소송을 진행중인 웰컴기술금융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일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오는 5∼6월 1차 판결을 이끌어낼 수 있는 만큼 현재는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메디슨의 부도로 인해 재판에서 승소하더라도 무한기술투자 경영권 인수를 위해 지불했던 200여억원의 자금과 이로 인한 손해배상금을 받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 무한벤처투자조합1호를 비롯해 메디슨에서 출자한 4개의 투자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무한기술투자의 경우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조합 출자금의 경우 채권단이 가압류 신청을 하더라도 다른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 명의변경만 하면 된다는 법률적 검토를 마친 상태다. 현재 메디슨이 무한이 운영하고 있는 벤처투자조합에 대한 출자총액은 109억2000만원이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