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분야 산학관연 전문가들의 모임인 ‘정보통신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회장 한상기 벤처포트 사장)의 1월 월례 조찬 토론회가 전자신문 주관으로 29일 오전 7시부터 서울 강남 리츠칼튼호텔 금강홀에서 열렸다.
‘2002년 IT 산업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조찬 토론회에서는 박영훈 제이텔 사장(포스트PC 산업전망), 박현제 주인넷 사장(2002년 네트워크기술과 서비스 전망), 이충화 일렉트로피아 사장(e비즈니스 산업전망) 등이 각각 주제발표를 했다. 이어 열린 자유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주제를 놓고 한시간 정도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주제발표와 토론 내용을 간추렸다.
◇정인성(이화여대 멀티미디어교육원장)=콘텐츠 중에는 게임·성인 등 여러 분야가 있는데, 포스트PC분야에서는 어떤 콘텐츠가 유망한가.
◇박영훈(제이텔 사장)=포스트PC가 무엇이다라는 정의가 잘 안돼 있기 때문에 포스트PC에서 어떤 서비스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가 어렵다. 또 기기에 따라 사용하는 콘텐츠가 달라 예상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기기와 함께 콘텐츠도 멀티미디어화하고 있어 엔터테인먼트가 유망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홍(아이엠넷피아 사장)=지난해 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에서는 휴대폰의 미들웨어에 대한 표준화문제가 상당히 중요하게 언급됐으며, 현재 이와 관련한 국책과제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미들웨어에 대한 표준이 나오더라도 이미 이동통신사업자들이 각자의 미들웨어표준을 가진 상황에서 많은 애플리케이션이 이미 그 위에 구현돼 있기 때문에, 실제 정착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들웨어에 대한 표준화 착수 시기가 너무 늦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포스트PC, 특히 통신이 되는 PDA의 경우 미들웨어 표준화에 대한 문제는 없는지 궁금하다.
◇박영훈=매우 중요한 점을 지적했다. 하드웨어가 다양하기 때문에 동일한 플랫폼을 갖는 게 중요하지만, 여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아직까지 포스트PC에 대해서는 뚜렷한 선도기술이 없어 표준화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지는 않지만, 무선사업자들의 이해관계가 걸리는 경우엔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각 통신사업자들은 표준을 통일하는 순간에 각자의 장벽이 무너진다고 판단한다. 이때문에 정부에서 표준을 이끌더라도 통합프로토콜이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유연하게 표준을 정하도록 유인하는 게 최선인 상황이다.
◇박영일(시스윌 회장)=무선네트워크분야 중 블루투스는 그동안 각광을 받아오다가 요즘엔 쏙 들어갔다. 무선랜이 블루투스영역을 침해해 블루투스가 가라앉은 것처럼 보인다. 블루투스가 지속적인 기술개발로 고유의 영역을 지킬 것인지, 그렇지 않고 무선랜에 밀려 없어질 것인지 궁금하다.
◇박현제(주인네트 사장)=블루투스는 최근들어 홈네트워킹에서의 채택이 지연되고 있어 힘을 잃고 있으며 그 분야에 무선랜방식이 활성화화는 측면이 있다.
◇한상기(벤처포트 사장)=현재 무선랜·블루투스·홈네트워킹 등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되고 있는 한편, 이들 분야에서 ‘보안’이 잘 돼 있지 않아 피해사례가 나오고 있다. 보안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기술만 확산되는 것 같다. 둘째 기기들의 도난문제도 떠오르고 있는데, 이 문제도 놓쳐서는 안될 것이다.
◇하원규(한국전자통신연구원 기술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IPv6와 포스트PC의 관계전망은 어떠한가.
◇박현제=IPV6기술은 PDA와 휴대폰 등의 무선인터넷단말기, 가전단말기 등의 대두로 인해 일본·한국은 물론 미국에서도 주요한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종희(모다정보통신 사장)=앞선 발표에서 한국기업들은 홈네트워킹분야에서 콘텐츠서비스·애플리케이션소프트웨어·OS프로토콜·네트워크·터미널까지 전 밸류체인이 다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뭔가.
◇박영훈=홈네트워킹분야는 상대적으로 미개척분야이기 때문에 아직 선도업체가 없다. 국내업체들이 과거 가전분야에서의 탄탄한 경험을 바탕으로 파고든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것이다.
◇유승화(아주대 정보통신대학원 교수·애니유저넷 기술고문)=초기시장에서 거대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선 ‘캐즘(Chasm)’을 넘어뜨리는 게 중요하다. 요즘 무선랜이 나오고 있으나 킬러애플리케이션이 뚜렷하게 있지 않다. 캐즘을 무너뜨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얘기가 나온 VOD서비스도 장벽을 넘기 위해선 킬러앱이 필요하다. VoIP의 경우 기존 서비스와 융합이 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결국 킬러앱이 많이 개발돼야 캐즘을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정부도 직접적인 지원에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이같은 애플리케이션의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박현제=VOD나 VoIP 등의 기술은 벌써 수년째 활성화한다고 예측되고 있지만 아직도 같은 수준이다. 결국 이것은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없기 때문이다. VoIP를 기존의 전화서비스를 대체하는 서비스로 봐서는 안되며 새로운 응용분야를 찾는 것이 필수적이다.
◇박재홍=현재 ‘모바일로’라는 증권용 PDA 사업을 하고 있는데, 4000대 가까이 PDA가 나갔다. 최근에는 하루에 100대 가까이 팔리고 있다. 비용부담은 증권사가 약정고 등을 활용해 초기에 부담하는 모델이다. 증권이라는 특수분야가 킬러앱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여기서 볼 때 PDA에 대한 킬러애플리케이션이 없지는 않다. 특히 그 애플리케이션을 정하는 데 있어 ‘이동성’과 관련이 있느냐 하는 것과, 애플리케이션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초기투자를 할 수 있는 규모가 되느냐 하는 게 중요한 요소다.
◇한상기=솔루션분야에서 보는 한국의 올해 e비즈니스 전망은 어떠한가.
◇권기식(한국오라클 제품기술본부장)=e비즈니스를 기업활동 측면에서는 크게 ‘바이사이드(Buy-side)’ ‘셀사이드(Sell-side)’ ‘인사이드(In-side)’ 등 세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이 중 바이사이드와 셀사이드의 두가지 측면은 기업 외부와의 접점으로 B2C·B2B 등의 전자상거래 행위에 직접 해당이 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것을 원활하게 해주기 위해서는 인사이드 측면, 즉 기업 내부에 e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돼 있어야만 실제적인 e비즈니스를 완성시킬 수 있다. 그러나 아직 국내기업들은 e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정부에서 진행중인 중소기업의 ERP 보급이 잘 진행된다면 인프라 구축에 있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기업 내부의 시스템들을 e비즈니스에 맞도록 웹환경을 이용해 빠르게 전환시키는 문제도 모든 기업이 적극적으로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서진구(코인텍 사장)=올해가 e비즈니스가 본격적으로 활성화하는 첫해라는 데 동의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사적자원관리(ERP)·고객관계관리(CRM) 등 고도의 정보화 투자도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기업은 이러한 움직임에 주목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
◇오재철(아이온커뮤니케이션즈 사장)=올해 IT의 화두를 정리하면 IT의 생활화, 즉 LT(Living Technology)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수의 사람이 알고 즐기던 IT가 보다 많은 사람이 그 문화를 즐기면서 LT로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다. 포스트PC나 네트워크의 발전, 그리고 e비즈니스 모두 많은 사람이 IT를 즐기기 위해 필요한 기술과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이제 IT뿐만 아니라 LT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와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원규=올해는 포스트PC, 즉 정보가전에 의한 가정 및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혁명의 시대다. 포스트PC의 문제는 가정내 전자기기와 개인용 디지털 휴대정보단말의 진화발전, 유무선 브로드밴드 인프라 구축, 방송의 디지털화 등 관련 제 분야의 총체적 혁신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IPv6기술을 전면적으로 채택하는 네트워크 인프라의 구축과 관련 기술 개발, 콘텐츠, 서비스를 포함하는 토털시스템 확보차원에서 국가정보화의 기축으로 삼는 신정보네트워크산업 종합전략이 필요하다.
◇이옥화(충북대 컴퓨터교육과 교수)=우리가 이러한 분야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최근 산업체에서 필요한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교육도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어떤 커리큘럼과 교육이 필요한가.
◇이충화(일렉트로피아 사장)=e비즈니스분야의 경우 10만명의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e비즈니스를 위해서는 운영부터 솔루션까지 각 역할분담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실무현장에 나갔을 때 비즈니스의 컨셉트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즉, 응용 실사례를 비롯해 비즈니스모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가르쳐야 한다.
◇박현제=현재 학교에는 네트워크나 장비 시설 측면에서 크게 뒤떨어져 있는데,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 학생들이 애플리케이션을 접해 볼 수 있도록 산학협동이 잘 이뤄져야 한다.
◇허명건(에듀토피아 사장)=교육문제는 단순히 시설과 마인드의 문제가 아닌 궁극적으로 콘텐츠의 부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국내 정보통신분야는 대부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집중돼 있는 데 비해 콘텐츠분야에서는 소홀한 면이 있다. 앞으로 콘텐츠, 특히 디지털콘텐츠의 시장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교육도 이에 맞게 대처해 나가야 한다.
<정리=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