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업체들이 현물거래 비율을 낮추는 대신 대형 브랜드 PC 제조업체 중심의 고정거래 비율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는 올들어 심화되는 D램 수급불균형 현상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고정거래 비율을 높이기로 하고 공급물량 조절에 나섰다.
이는 브랜드 PC 제조업체들이 비수기인 1월에 들어서도 지난해 12월에 육박하는 D램 주문을 내고 있는데다 현물시장의 수요도 따라 늘고 있지만 공급량 증대에 한계에 다다른 D램 제조업체들이 매출비중이 높은 고정거래선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반도체는 30일 DDR SD램을 포함한 D램 전제품을 전략거래선 및 장기공급계약 거래선에 우선 배정한다는 고객차별화 전략을 공식 발표했다.
과거 D램 제조업체들이 일부 특정 제품에 대해 비공개적으로 고정거래선에 우선 배정한 사례는 있었으나 D램 전제품을 우선 배정하기로 공식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이닉스는 △인텔이 펜티엄4의 지속적인 가격인하와 DDR SD램을 지원하는 브룩데일 칩세트를 출시해 PC 소비가 증가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XP와 같은 고성능 운용체계에 따른 수요증가 △DVD, 셋톱박스, 휴대형 통신기기 등의 소비가전제품 판매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매출비중이 높은 고정거래선을 집중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5대35인 고정거래와 현물거래의 비중을 1분기중 80대20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도 하이닉스의 발표에 앞서 지난주 초부터 현물시장 물량조절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당시 대만 현물시장에 공급하는 D램 물량을 축소했다는 대만 언론보도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급물량이 줄어든 것일 뿐 의도적으로 현물시장 공급물량을 축소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정통한 소식통의 입을 빌어 “우선순위에 의거, 고정거래선에 공급을 확대하는 대신 현물거래를 축소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었다.
삼성전자 역시 최근의 현물공급 동향과 이번 하이닉스의 공식 발표로 본격적인 공급물량 재배정 조치에 나설 것으로 보여 기존 80대20 수준인 고정거래 및 현물거래 비중은 다음달중 다소 조정을 받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수익성 확대 및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고정거래에 치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이에 대한 파급효과로 고정거래가 인상을 공언해온 마이크론이나 인피니온 등 타 D램업체들도 조만간 같은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지난주 이후 보합세를 보이는 D램 현물시장 가격은 다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지영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