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0년의 과도한 거품이 2001년에는 시장붕괴로 이어졌으나, 2002년부터는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선도업체들이 등장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발간된 가트너 보고서는 이런 진단과 함께 오는 2004년께면 ASP가 기본적인 SW 유통·사용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의 분석을 뒷받침하듯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조심스럽게 ASP시장의 청신호를 발견할 수 있다. 지금으로선 순수 ASP사업자들이 얼마나 살아남을지, 언제 돈을 벌지는 모르지만 ‘ASP’라는 서비스 형태는 분명 자생력을 키워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낙관적인 시장환경=가장 긍정적인 조짐은 최근 IT 아웃소싱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2년간 공기업이나 그룹사에 속하지 않은 중견 이상 독립기업에서 두드러진 현상이다. 비록 일괄 아웃소싱은 아니지만 다양한 형태로 조폐공사·KBS·가스공사·철도청·한국전력 등 공기업과 OB맥주·한국타이어·만도·해태제과·대한통운·매일유업 등으로 속속 확산되고 있다.
BSG 남영삼 이사는 “이는 한마디로 중립적인 IT서비스 시장이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라며 “몇년 지나지 않아 그룹의 울타리가 희미해지면서 산업전반으로 확산돼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PwC나 액센추어 등 외국계 IT컨설팅사들이 IT 아웃소싱 시장까지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다.
특히 ERP 등 기업형 솔루션의 경우 시스템 도입보다는 구축후 안정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기능향상이 더 큰 문제. 독자 전산역량으로 해결이 힘든 중견기업들이 IT 아웃소싱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기업형 솔루션=외국계 모 ERP 공급업체가 최근 극비리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매출기준 2500대 기업 가운데 올해 ERP를 신규 도입할 곳은 400개 정도. 대기업을 제외하면 ERP 도입비중이 저조하다는 점에서 올해 ERP ASP 시장도 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일정 비중 형성된다고 점칠 수 있다. 문제는 ASP업계가 보다 폭넓은 요구를 해결할 수 있는 IT 아웃소싱 사업자와 맞서 독자 시장영역을 만들 수 있느냐다.
사업자의 레퍼런스(모범구축사례)와 브랜드파워를 강조하는 시장관행상 중견 이상 기업이 ‘벤처’ 성격의 전문 ASP업체에 아웃소싱을 맡기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1000억∼5000억원 규모의 중견기업 수요처에서 일단의 희망은 발견되고 있다. 넥서브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오리엔트·아모제·희성정밀 등 비슷한 규모의 고객사를 단기간내 확보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김민식 연구원은 “해외 추세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일부 선도 사업자의 독주와 나머지 업체들의 퇴출이 본격화할 것”이라며 “기업간 제휴·인수·합병이나 시장구조 재편을 통해 치열한 경쟁환경이 해소되고 전문 ASP사업자의 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협업형 솔루션=그룹웨어와 같은 협업형 솔루션의 경우 사업자의 독립 브랜드파워와 세확산이 지속적인 성장의 관건으로 꼽힌다. 가온아이 등 선두 업체들도 현재로선 기간통신사업자의 힘에 의존함으로써 수익배분모델이 취약한데다, 앞으로는 통신사업자들이 전문업체를 배제한 채 모든 서비스를 스스로 소화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ASP사업자의 독자 브랜드가 강해질 경우 향후 대기업으로 수요처가 확산될 수도 있다. 김 연구원은 “아웃소싱이 시대적 추세라면 IT부문에서도 부가 영역인 그룹웨어는 1순위”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근 대형 유통업체들이 납품 협력사와 공동으로 전자세금계산서를 ASP 형태로 도입하고 있는 것은 대기업 주도하에 자생적으로 ASP 수요가 생겨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