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슨은 ‘벤처연방제’를 주창하면서 수많은 벤처기업에 투자한 데다 벤처투자조합 출자, 해외프라이머리CBO 발행 등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벤처업계에 깊숙이 발을 담아왔다. 아직은 이들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잠재된 복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메디슨의 이번 부도와 관련, 업계에 긴장감을 더해주고 있다.
◇미등록 투자사들의 향후 진로는=현재로선 메디슨이 투자한 벤처기업에 미치는 파장이 어떻게 나타날지 미지수다. 또 그동안 메디슨이 출자한 많은 기업들의 지분을 처분, 현재 정확한 메디슨 연방기업들의 현황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메디슨 연방중 코스닥등록기업인 메디다스와 프로소닉의 경우 지속적인 주가하락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선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게 벤처캐피털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21개 미등록 기업의 경우 앞으로 경영 및 향후 전망에 대한 관측은 낙관적이지 않다. 일단 메디슨의 우산 아래서 각종 영업을 병행하던 특성상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채권단의 향후 관계사 처리방안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갈라져야할 상황이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관계사 지분을 처리, 자금을 회수하는 방안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들 기업이 장외기업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매각에는 상당한 시일과 진통이 따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 기간 이들 기업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비관적인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직 재무제표상에 반영되지 않은 기업 중 코리아인터넷홀딩스 등 이미 청산된 기업도 있어 앞으로 정확한 출자 현황에 대한 파악부터 선행돼야 할 판이다.
◇해외프라이머리CBO 부실은 어디로=메디슨은 지난해 12월 11일 중소기업진흥공단이 발행하고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산업은행이 보증하는 해외프라이머리CBO 발행을 통해 1500만달러(약 192억원)를 조달했다. 59개 업체가 참여해 3억4400만달러 규모로 발행된 해외프라이머리CBO는 향후 메디슨의 회생여부에 따라 결과는 극과 극을 달릴 수 있다.
일단 메디슨이 청산절차를 밟게 된다면 채권 회수는 전혀 불가능하게 된다. 이 경우 후순위채 17.15%를 인수, 우선 변제해야 하는 중진공이 가장 큰 손실을 입게 될 전망이다. 특히 전체 발행규모 중 메디슨이 차지하는 금액만 4.36%로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전체 풀이 이 정도의 손실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즉 발행 1달여만에 손실을 안고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채권만기시한이 3년인 점을 감안할 때 이 안에 메디슨이 법정관리 수순 등을 통해 회복할 경우 이자를 포함한 자금 회수나 주식전환 등의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이번 메디슨의 부도로 해외프라이머리CBO를 포함해 6번에 걸쳐 발행된 벤처프라이머리CBO의 부실 가능성과 사후관리에 대한 문제들이 쟁점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벤처투자조합 출자금 처리는=메디슨이 벤처투자조합에 출자한 금액은 총 123억원이다. 투자조합별로는 55억원 중 40억원을 출자 7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무한벤처투자조합1호의 경우 한글과컴퓨터 등의 투자를 통해 고수익을 창출, 이미 부분 해산을 마치고 원금 정도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나머지 무한연구실창업투자조합(10억원, 31%), 무한인터넷벤처투자조합(30억원, 30%), 무한메디칼벤처투자조합2호(19억원, 19%), SVI벤처투자조합(4억원, 33%), 무한첨단여성벤처투자조합 (20억원, 20%) 등 5개 조합은 지난 99년부터 2000년까지 결성된 것으로 아직 투자수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 이에 따라 향후 수익창출 정도에 따라 채권단이 회수해 갈 수 있는 금액도 크게 달라지게 된다.
원칙적으로 벤처투자조합은 규정상 담보제공 및 설정을 하지 않고 있으며 채권자 입장에서도 담보가치 평가 기준이 모호해 담보설정을 하지 않는 게 관행이다.
이에 따라 메디슨의 부도로 인한 벤처투자조합 출자금 처리의 경우는 몇 가지 시나리오가 존재한다.
먼저 채권단이 가압류를 하는 경우다. 그러나 메디슨의 채권 금융기관이 다수라는 점과 조합규정 및 특성상 조합원 전원 동의를 통하지 않고서는 만기이전 투자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즉 채권단이 조합에서 출자금을 회수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결국 법원 판결을 통해 가압류한 뒤 조합만기 해산시까지 기다리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금융기관별로 가압류를 신청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또 메디슨의 지분을 금융기관들이 채권비율에 따라 양도받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전조합원의 동의는 물론 중기청 신고 등의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억∼수십억원의 돈을 채권금융기관별로 쪼개는 것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조합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무한기술투자는 조합의 규약과 관련 법령에 의해 처리할 수밖에 없다며 다소 유보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