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가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결렬돼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대내외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국환 장관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독자생존 가능성을 언급한 데 이어 메릴린치·크레디리요네·현대증권 등의 주요 시장분석가들이 하이닉스의 독자생존에 손을 들어주고 있다.
이들이 분석한 하이닉스의 생존 무기는 D램가격 인상에 따른 수익성의 급격한 개선.
D램 현물가는 지난해 11월 이후 무려 4배 가까이 올라 최고 거래가가 4달러에 육박하고 있고 대형 PC제조업체에 공급하는 고정거래가도 지난해 12월 이후 4차례나 인상돼 수익성이 대폭 향상됐다.
더욱이 하이닉스는 30일 공급부족이 벌어지고 있는 D램 현물시장의 수급을 개선하기 위해 전제품에 대해 장기계약선 위주로 물량을 할당해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하이닉스가 그동안 고객과의 가격 및 공급량 조절 협상에서 약세의 위치에서 완전히 벗어나 D램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채찍을 쥐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이닉스는 이를 바탕으로 내달초 예정된 고정거래가 5차 인상을 시도한다.
이번 협상 역시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128M SD램과 더블데이터레이트(DDR) SD램에 집중될 예정이다. 인상폭은 4차 협상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25% 내외가 될 전망이다.
이 경우 하이닉스는 128M SD램을 기준으로 고정거래가가 4달러가 된다. 이는 하이닉스가 영업적자를 벗어나고 독자생존이 충분한 가격이 된다는 게 안팎의 분석이다.
하이닉스 구조조정특위 한 관계자도 “마이크론과의 협상이 깨진 것은 아니지만 독자생존할 수 있는 다양한 근거를 마련해 뒀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직도 ‘독자생존론은 마지막 카드’라며 마이크론과의 협상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직도 PC시장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다 6조7000억원의 부채가 여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내년초 도래할 3조원의 부채도 하이닉스에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독자생존하는 것이 한국경제를 보나 산업의 미래를 보나 어느 측면에서도 가장 좋을 것”이라면서도 “부채나 유동성 문제에 대한 뾰족한 해결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