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리서치사의 CP/M-86은 마이크로소프트의 MS DOS보다 우수하다고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OS였다. 인텔의 8088프로세서도 모토로라나 내셔널세미컨덕터의 마이크로프로세서보다 성능이 떨어졌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의 MS DOS와 인텔의 8088프로세서는 다른 경쟁 제품을 제치고 사실상표준(드팩토스탠더드)가 돼 현재의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을 있게 한 계기가 됐다.
드팩토스탠더드란 표준화기관의 승인 유무에 관계없이 시장경쟁에서 대세를 차지하게 되는 표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가정용 VTR의 경우 VHS가 소니의 베타방식에 비해 기술적인 측면에서 불리했으나 시장에서 승자가 된 경우가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강신호)가 이처럼 기술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업계를 평정한 드팩토스탠더드에 대해 체계적으로 개념을 정리하고 구체적인 기업사례를 언급한 경영전략서인 ‘드팩토스탠더드’를 번역, 출간했다.
이 책의 저자인 일본 와세다대학 아시아태평양연구센터의 야마다 히데오 교수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최고의 기술이 반드시 표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드팩토스탠더드가 기업경영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 10년 정도의 일이다. 이전에도 이 단어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R&D 및 특허부문의 극히 한정된 부문에 사용되는 전문용어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융성과 애플컴퓨터의 추락, 차세대 이동전화를 둘러싼 표준화 경쟁 등을 보면 이의 획득여부가 기업의 존망이나 국가정책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개발기-도입기-성장기-성숙기에 이르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각 단계에서 직면하는 전략상 과제에 시장상황을 언급하고 있으며 제품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드팩토스탠더드 창출을 위해 시장에서 취해야 할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소니·필립스 진영과 도시바·마쓰시타 진영의 DVD 표준경쟁, 레이저 디스크를 가라오케 시장에 등장시켜 호평을 받은 파이오니아 같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한 사례 등은 흥미로움과 유익성을 배가시킨다.
저자는 기업에 정말로 중요한 것은 표준경쟁에서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어떻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로 연결시킬 수 있는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즉 기업은 표준의 획득에서 사실상 표준에 의한 수익창출로 전략적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가 하나 되는 글로벌스탠더드의 시대에 치열한 기업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자사의 제품을 드팩토스탠더드로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기업가라면 누구나 읽어봐야 할 책이다. 비매품. 문의 (02)2185-8891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