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마이크론 협상 막판 진통 배경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간의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결렬’과 ‘타결’의 양극단 고비를 넘나드는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협상 타결의 분수령으로 여겨졌던 31일 구조조정특별위원회 회의가 채권단의 입장조율 미완으로 돌연 연기됐는가 하면 하이닉스가 그동안 인피니온과의 제휴를 추진해온 것이 뒤늦게 밝혀졌다.

 반면 그동안 고자세를 보여왔던 마이크론은 1일(현지시각)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긴급 모집, 이번 협상에 대한 입장을 밝히겠다며 다소 급해진 모습이다.

 ◇다목적 카드 ‘인피니온’=하이닉스와 마이크론간의 틈을 비집고 불거진 인피니온에 대해 업계 관측통들은 일단 ‘다목적 카드’로 보고 있다. 그동안 강압적인 자세로 버텨온 마이크론을 압박하면서도 협상결렬시 독자생존에 대비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구조특위 한 관계자도 “협상대상을 하나로 정해놓지만은 않고 있고 다각도의 대응을 마련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인피니온과의 협상이 추진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하이닉스가 인피니온과 제휴할 경우 일단 D램 시장에서의 점유율(인피니온 약 7%, 하이닉스 약 18%)면에서는 1위인 삼성전자(약 24%)와 비슷하게 된다. 또한 유럽지역에서 강세를 보이는 인피니온과 미주·아시아지역에서 우위인 하이닉스와 결합, 지역별 영업구조 재편 및 D램 공급물량 조절에서도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문제는 인피니온의 자금능력. 유동성 위기 때문에 독일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온 것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한 만큼 재무구조가 악화된 상황에서 부채 때문에 시장에 나와있는 하이닉스를 끌어안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 때문에 양사의 제휴는 생산물량 조절과 기술제휴 등 낮은 수준에서의 협상, 즉 ‘결혼’이 아닌 ‘연애’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그럼에도 D램가격 상승에 힘입어 수익구조가 개선되고 있으니 독자생존 하자는 주장이 일고 있는 만큼 하이닉스는 인피니온을 당분간 다목적 지원병으로 계속 끌고 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급해진 마이크론=상황이 이같이 돌아가자 그동안 강압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마이크론이 매우 다급해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이날 주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 1일 하이닉스와의 협상과 관련된 설명회를 갖겠다고 긴급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도미니온 공장을 3억달러에 마이크론에 매각하기로 한 도시바가 다시 인피니온과 마이크론을 저울질한다는 소문이 울리히 슈마허 인피니온 회장의 일본방문을 계기로 나돌고 있자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또한 이에 앞서 이번 4차 협상에는 이연수 외환은행 부행장 등 채권단 관계자들이 미국 마이크론을 직접 방문, 헐값매각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력히 전달하면서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결렬될 수도 있음을 받아들인 분위기다.

 ◇5억달러의 이견차 좁힐까=이번 협상 타결의 마지막 고비는 일단 5억달러 정도로 알려진 매각금액 차이에 대한 하이닉스(40억∼45억달러)와 마이크론(35억∼40억달러)의 입장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1차 키는 채권단 내부의 입장 통일이다. 마이크론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말지의 내부 조정을 거친 뒤 다시 마이크론과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만약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와 인피니온, 도시바 등으로 이어지는 대내외적인 압력을 인지하고 매각금액을 채권단이 받아들일 수준으로 순순히 조정해준다면 협상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그러나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독자생존론과 인피니온 카드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매각금액을 고집한다면 협상결렬 가능성도 전해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