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IT업체 늘고 있다

 주인없는 정보기술(IT)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글과컴퓨터·메디슨·아이인프라·서울시스템·싸이버텍홀딩스·제이슨텍·씨앤아이 등을 비롯한 상당수 IT업체들이 증시를 통한 무리한 증자나 외자유치 등으로 최대주주의 지분히 지극히 낮아져 사실상 주인이 없는 IT업체로 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머니게임’에 열을 올리는 금융관련 투자자들이 IT업체의 경영권을 장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책임경영’ 마인드가 떨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은 등 회사가 자칫 엉뚱한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IT업체의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회사경영이 어려워지자 무책임하게 보유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해 무리를 빚고 있다. 이에 따라 안정적인 최대주주의 보유여부가 향후 IT업체의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글과컴퓨터의 경우 최근 임시주총의 주주확정을 위한 주주명부를 확인한 결과 국내 벤처캐피털인 티티엠이 최대주주로 등록돼 있다. 보유지분은 불과 1.57%로 사실상 주인이 없는 셈이다. 한글과컴퓨터는 지난해 11월 최대주주였던 홍콩의 웨스트에비뉴에이전트리미티드가 보유지분(6.57%) 전량을 장내 매도한 이후 마땅한 최대주주를 찾지 못하고 있다. 김진 한글과컴퓨터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부적으로 안정적인 최대주주를 확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며칠전 부도를 낸 메디슨도 사실상 주인이 없는 기업이다. 지난해 10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민화 전 회장이 3.13%(증권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최대주주 자리는 공석이나 마찬가지다. 외국계 펀드들이 전체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을 뿐 회사 경영을 책임질 만한 주주들은 전무한 상태라는 것이다.

 또 아이인프라·서울시스템·싸이버텍홀딩스 등은 최대주주의 지분율이 5% 미만으로 지극히 낮아 적대적 인수합병(M&A)의 표적이 되거나 자칫 머니게임에 휘말릴 수도 있는 실정이다. 싸이버텍홀딩스는 우리사주조합이 2.7%로 최대주주로 있으며 김상배 사장은 2.6%의 지분만을 확보하고 있다. 서울시스템과 아이인프라는 각각 최대주주인 한국기술투자(3.10%)와 이현종씨(2.99%)가 3% 안팎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제이스텍이나 씨앤아이의 경우처럼 투자펀드 등 금융관련 투자자들이 경영권을 확보한 곳도 적지 않다. 제이스텍은 금융관련 컨설팅사인 폴앤드브러더스가 차재원 회장으로부터 17.14%의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권을 확보했으며 씨앤아이는 아리랑구조정기금이 22.6%의 지분을 갖고 있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일부 인수후개발(A&D)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금융관련 투자자들이 IT업체의 경영권을 장악해 머니게임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