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사회적 증거의 경우에도 그것의 영향력을 최대화시키는 특정상황이 있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상황이 애매모호하고 불확실성이 높아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 쉽게 알 수 없을 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행동하는, 즉 사회적 증거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매우 높다고 한다. <중략>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행동에 비추어 주어진 상황의 불확실성을 이해하려 하는 사람들의 경향은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 역시 우리처럼 사회적 증거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매우 애매모호한 상황에서 모든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이 행동하는 대로 행동하려 하는 경향은 ‘다수의 무지(pluralistic ignorance)’라는 매우 흥미있는 현상을 야기시킨다.”
메모: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종종 어떻게 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도대체 일이 어떻게 진행돼 가고 있는지 통 감이 잡히지 않고 흐름을 알 수가 없다. 그럴 때면 누구든지 자신의 판단에 의거해 선뜻 행동할 수 없다. 이때 습관적으로, 자동적으로 우리가 하는 행동이 있다. 은근슬쩍 다른 사람들을 훔쳐보며 따라하는 것.
적어도 남들 하는 대로 좇기만 하면 ‘못난 반편이’ 꼴은 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럴 경우 대개 별 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일견 지혜로운 선택인 듯하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내가 판단이 안 서는 상황이라면 다른 사람들도 쉽게 판단이 안 설 수 있다는 사실. 그리하여 내가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주시하는 것처럼 그들도 나의 행동을 주시하며 판단의 근거로 삼으려 한다는 점이다. 게다가 그러한 우리의 습성이 절벽을 향해 질주하는 눈먼(?) 버펄로 떼의 운명처럼 우리를 최악의 상황, 재앙으로 이끌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기에 벼랑끝으로 치닫는 줄도 모르고 동료 떼의 뒤꽁무니만을 따라가는 버펄로처럼 무작정 다른 사람들의 행동을 따르기보다는 때때로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피며 정말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점검해봐야 할 것이다. 장님이 장님의 인도를 받는 우(愚)를 범하지 않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