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동부, 정보통신부, 한국무역협회 등 관련기관들이 최근 ‘우수한 한국 IT인력의 해외 진출’을 목표로 일본 IT업계 취업을 위한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올해 수료생 배출수는 지난해에 비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각 대학은 물론, 사설 교육기관들까지 일본 IT인력 시장을 목표로 교육생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일본 현지에선 이들 한국 초급인력의 일본 진출 가능성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한국 IT인력 일본 진출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일본내 한국 초급인력의 자리는 없다=도쿄 소재 한국 IT인력 모임인 재일한인시스템엔지니어협회(AKOSE http://akose.aoz.jp)의 김우관 회장은 “일본에서 전산학과를 졸업하고 3개월간 IT교육을 수료한 일본인도 취업이 수월치 않다”며 “특히 초급 인력의 경우 신규 채용보다 회사내 잉여인력의 재교육을 통해 재배치하는 것이 요즘 추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초급인력을 쓰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은 “현장 경력이 최소한 3년 이상은 되는 중고급 기술자로 프로젝트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춰야 의사소통의 장벽을 딛고 인정받을 수 있다”며 “이런 고급 기술자와 일본어가 능숙한 초급 기술자를 함께 일본 IT업체에 파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정부와 교육기관이 짝사랑식으로 일본을 목표로 한 초급인력을 대거 양성할 경우, 공급이 수요를 월등히 초과해 한국 엔지니어의 인력 파견 단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지 파견 기술자들도 불황기에 가장 먼저 인력 삭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외국인 인력이라며 ‘무조건 일본만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한국 인력 50여명을 채용했다가 도산한 일본 현지 파견업체인 F사, 고의로 12명의 임금을 체불한 W사의 경우 등 피해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점도 문제시되고 있다.
김우관 회장은 “파견회사를 통하든 아니면 직접 고용형태를 취하던 상대업체와의 고용 계약서를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이 피해를 막는 확실한 방법”이라며 “연봉은 물론 비자, 보험, 주택, 체제비 등 관련 사항을 자신이 직접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이야말로 일본 인력시장 노려야=“일본 IT산업이 불황이라고 하나 그건 어디까지나 하드웨어 부문이다. 소프트웨어 부문은 매년 10% 전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으며 연간 10조엔대 규모의 시장이다.” 일본내 한국 IT인력 전문 파견업체인 자스넷(http://www.jasnet.co.jp)의 스즈키 요시노리 사장은 한국 인력의 일본 취업은 바로 소프트웨어 부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인력수출 비관론에 대해 반론을 편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초급인력 문제에 대해 스즈키 사장은 “지금까지 4회에 걸쳐 일본 IT업체 인사담당자를 동반하고 한국에서 한일IT인재교류시찰면담회(채용 면담)을 가졌다. 일본 인사담당자들은 한결같이 한국 초급인력의 기술을 배우려는 열의와 일본어 의사소통 능력, 기초적인 기술 습득 수준 등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150명의 취업이 내정됐으며 40∼50명이 일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즈키 사장은 △교육기간을 늘리는 등 초급인력의 수준이 향상되고 △일본 현지업체가 필요로 하는 특정기술 분야의 교육을 강화하며 △일본 현지 IT업체에의 한국 인력에 대한 이미지가 제고되고 △고용계약을 통해 파견인력의 생활 안정이 이뤄질 경우 한국 IT인력의 일본내 진출은 점차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e재팬’ 전략에 맞춰 오는 2006년까지 3만명의 외국인 엔지니어를 초청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점도 인력 진출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스즈키 사장은 “소프트웨어 산업은 한국과 일본이 경쟁관계가 아닌 협력 및 교류를 통해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분야다. 한국 IT인력의 일본 진출은 결국 이런 한일협력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내 외국인 IT인력 현황=일본 IT업계에서 근무하고 있는 외국인은 중국(대만 포함), 한국, 인도 출신자가 가장 많다. 그밖에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출신 기술자들이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1년 기준으로 경제산업성에 등록돼 있는 외국인 근로자는 1만2000명선. 이중 중국인(대만인 포함)이 50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한국인이 2000∼3000명, 나머지가 인도인 등 기타 아시아 지역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엔지니어의 경우 베이징대나 칭화대 출신 등은 학력이 높고 언어 소통이나 현지 적응에 문제가 적어 경쟁력을 가장 인정받고 있다. 다만 사회주의적 관습이 일부 남아 있어 일본 조직내 융화가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 인력의 경우 여타 지역 출신보다 일본 문화에의 친화력이 높고 언어소통이 원활하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특히 전자상거래나 보안솔루션 부문에서 높은 기술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내 공정속도에 익숙한 중고급 기술자의 경우 일본내 공정시스템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높은 기술력으로 한때 각광받았던 인도의 경우 언어소통 문제가 큰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sunghochul@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