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철 DDS 이사
최근 발표된 미국 IDSA자료에 따르면 미국 전 가정의 46%가 최소 1대 이상의 비디오게임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05년에는 약 7000만가구가 비디오게임을 즐길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여가시간을 보내는 방법으로도 응답자의 35.5%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나타나 TV시청(18.2%)과 영화관람(11.1%)을 압도적인 비율로 앞서고 있다. 비디오 게임산업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에서는 지금까지 약 4000만대의 비디오게임기가 출하돼 전 가정의 약 70∼80%에 보급된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이 비디오게임기는 이제 단순한 게임기로서의 의미를 넘어서고 있다. 플랫폼 메이커인 소니·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금까지 데이터의 처리속도를 중심으로 게임기 자체의 성능향상에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이제는 DVD라는 차세대 매체와 온라인 네트워크 기능으로 무장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기능은 물론 영화, 음악감상 그리고 인터넷 접속까지도 가능한 기기로 발전시켜 종합엔터테인먼트기기를 실현하고 미래의 거실을 차지할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인 예측이다.
지금껏 자의반 타의반으로 폐쇄적인 정책을 견지해 왔던 국내시장은 오는 22일 PS2를 전격출시할 예정이라는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의 공식적인 발표와 함께 문이 열리게 된다.
여기에다 마이크로소프트·닌텐도 역시 올해 안으로 한국시장에 진출할 태세여서 비디오게임의 본격적인 시장 형성이 예상된다. 업계 추산으로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부문을 합쳐 최소한 7000억∼8000억 이상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PC게임과 온라인게임을 합친 시장규모의 2∼3배를 넘는 규모이다. 더욱이 첨단기기에 대한 빠른 구매력과 유행에 민감한 국내 유저들의 성향으로 보아 그 성장률은 대단히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게임산업을 돌이켜 보면 ‘오픈 아키텍처’ 영역이던 PC, 온라인, 아케이드 그리고 모바일게임 등은 짧은 국내 게임개발 역사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산업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다. 반면에 ‘클로즈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콘솔게임의 영역은 지금까지 플랫폼 메이커들의 한국시장을 배제하는 폐쇄적인 정책 등의 영향으로 인해 국내에 개발 인프라가 전무하다시피 한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 당분간은 우리의 안방을 고스란히 그들에게 내줘야 할 입장에 있다. 따라서 국내 비디오게임시장의 개방과 맞추어 국내 비디오게임산업에 대한 내부 인프라를 조기에 구축하는 것이 선결과제라 할 수 있다.
첫째, 플랫폼 라이선스에 대한 인프라의 구축이다. 비디오게임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메이커로부터 개발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 또 개발과정에서도 많은 부분을 플랫폼 메이커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국내에 진출을 앞두고 있는 플랫폼 메이커는 좀더 개방적인 자세로 국내 개발사에 라이선스를 부여해야 할 것이며 이와 더불어 각종 기술지원 및 세미나를 통해 국내 개발사들이 빠른 시일내에 개발 노하우를 획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정부와 관련기관 역시 지금까지 시장보호라는 미온적인 자세보다는 각 플랫폼 메이커와의 대외 교섭력을 강화해 나가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둘째, 내부 개발 인프라의 구축이다. 비디오게임기는 ‘클로즈드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만큼 개발환경이 까다로울 수 있다. 개발사는 본격적인 개발에 앞서 플랫폼의 시스템 아키텍처 및 개발환경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수적인 사항들이다. 그만큼 내부 기술인력의 육성 및 투자가 조기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플랫폼 메이커들의 TRC(Technical Requirements Check List)·QC 등의 구축과 수립이 필요하며, 체계적인 일정관리를 위한 매니지먼트의 역할을 강화시켜야 할 것이다.
셋째, 지원 인프라의 구축이다. 비디오게임의 개발은 PC게임과 비교해 더 많은 개발 인력과 개발기간이 소요된다. 중소규모의 개발사가 이러한 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다. 따라서 비디오게임 개발의 적극적인 육성을 위해서는 비디오게임전문투자조합 등 개발비 지원 제도는 물론, 유관기관을 중심으로 핵심기술에 대한 R&D를 통해 조기에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각종 기술지원책 마련이 요구된다.
국내 비디오게임시장 개방에 대해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전세계 비디오게임시장에서 국내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3∼5%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국내 게임개발사에게는 95% 이상의 세계시장에 진출할 새로운 기회를 가지게 된다.
향후 2∼3년내에 전세계 가정의 거실에서 우리가 만든 비디오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경철 디지털드림스튜디오 게임사업부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