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영화 주인공이 되어보자.’
만화나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특이한 캐릭터의 의상과 똑같이 만든 옷을 입고 행동과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는 일종의 놀이에 해당하는 ‘코스프레’는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을 정도로 많은 청소년이 즐기고 있다. 일본에서 처음 등장하고 꽃을 피운 코스프레는 ‘코스튬(costume·의상)과 ‘플레이(play)’의 합성어로 일본식 발음으로 통용된다.
코스프레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시기는 약 5∼6년 전으로 초기에는 ‘저급 일본문화의 무분별할 도입’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많았으나 최근에는 개성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제 코스프레는 커뮤니티 사이트마다 1∼2개씩은 동호회가 활동할 정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으며 회원수도 웬만한 커뮤니티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최근들어 특히 많이 등장하면서 초기에 일본 만화나 게임 등을 주로 모방하던 것에서 벗어나 회원들 스스로 국산 캐릭터 따라하기에 나서는 등 완전히 정착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많은 코스프레 동호회 중에서도 천리안 코스프레 동호회(http://community.chollian.net/choco)는 4년전인 99년 처음 결성돼 지금까지 국내 코스프레 문화를 이끄는 터줏대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동호회는 현재 회원수가 450여명을 넘어설 정도로 규모면에서도 국내 선두자리에 위치하고 있다. 이 동호회의 특징은 아무리 이상한 복장을 해도 상관하지 않는 데 있다. 오히려 특이한 복장을 할수록 인기를 끌고 서로의 모습을 디지털카메라에 담아 건네기도 한다.
천리안 코스프레 동호회는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축제에 모두 참여한다. 지난달 26, 2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센터에서 열린 아마추어 만화축제인 ‘22회 아카’에도 참가했다. 천리안 페스티벌때는 회원들이 갖가지 캐릭터 복장으로 차려입고 등장해 분위기를 이끌기도 했다.
한달에 한번꼴로 열리는 정기 모임때는 70∼80여명의 회원이 모여 사진촬영과 함께 경연대회가 펼쳐진다. 매번 참가인원이 많아 장소 섭외도 만만치 않아 주로 소극장을 빌려 행사를 치른다. 이처럼 정기 모임에는 모든 회원들이 코스튬을 차려입는데 각각 8만∼10만원선의 비용이 소요된다. 이달 중순께도 정기 코스프레를 개최해 서로의 의상을 뽐낼 계획이다.
지난해 6월에는 외산 캐릭터 위주의 캐릭터를 국산화하기 위해 국산 롤플레잉 게임인 ‘창세기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코스프레 행사를 개최하기도 했다. 시솝 방민권씨는 “국내에 코스프레가 도입된 초기에 결성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국내 코스프레 문화를 이끌어온 전문적인 동호회임을 자부한다”며 “앞으로 국산 캐릭터 활성화를 위한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