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JVC코리아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

 외국에서 근무하고 돌아온 사람들은 흔히들 한국 가전시장은 매우 독특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국의 브랜드에 대한 애착과 일부 국내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이 엄청난 것 등이 다른 나라 시장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그만큼 국내 가전시장에서 외국브랜드가 들어와 뿌리를 내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 그 업체가 일본 업체라면 어려움은 가중된다. 수입브랜드라는 시각과 함께 일본이라는 또 다른 감정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수입선 다변화 폐지 이후 물밀듯이 몰려든 일본업체들이 당초 기대했던 것만큼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것도 바로 한국 시장의 특수성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진출 불과 1년 3개월만에 무서운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는 일본업체가 있다. 바로 JVC코리아다.

 일본 가전업체 가운데 연일 언론에 등장하며 가장 주목받고 있는 JVC코리아의 수장 이데구치요시오 사장은 작고 다부진 체격에 늘 그렇듯 소탈한 웃음을 지으며 기자를 만났다. 한국사회가 좋아 한국 법인을 지원, 부임 초기 매운 음식으로 고생을 하기도 했던 그는 이제 김치가 맛있을 정도로 한국생활에 완전히 적응한 여유있는 모습이었다.

 문득 JVC코리아가 막 국내에 진출했을 때 이데구치 사장이 한 말이 생각났다.

 1년 전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은 “한국시장에 대한 파악이 어느 정도 끝났으며 강력한 마케팅을 통해 내년에는 JVC코리아를 소니와 견줄 만한 메이저업체로 만들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JVC코리아의 초대 사령탑을 맡은 이데구치 사장이 부임 후 두 달간 조심스럽게 전국 주요 전자상가와 대리점을 자주 둘러본 후 한 말이다.

 그래서 먼저 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이데구치 사장은 이미 디지털캠코더 부문 메이저 업체로 올라설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일본 본사에서 주요 양판점을 전담하는 정통 영업맨으로 이름을 날렸던 사람답게 이데구치 사장은 결국 1년만에 자신과 직원들에게 한 약속 그 이상을 지켰다는 얘기다.

 실제로 JVC코리아는 2000년 10월 한국에 진출한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공식 수입업체를 통해 판매활동을 벌일 때와 비교해 약 5배의 매출이 증가할 정도로 급성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디지털 캠코더의 경우 한국법인 설립 당시 미미했던 시장점유율이 올 상반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소니, 파나소닉과 함께 디지털 캠코더 시장 선두그룹을 형성해 경쟁업체를 긴장시키고 있다.

 “개인적으로 한국사회와 시장을 좋아해 타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내 적응이 빨랐던 것 같습니다”라고 농담을 던지며 겸손해 하지만 JVC코리아의 성장배경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JVC코리아가 국내 진출의 무기로 삼은 것은 차별화와 고급화다.

 “JVC코리아가 톡톡 튀는 디자인의 미니오디오를 내놨을 때 국내 젊은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단했으며 아울러 국내 오디오 시장의 판도를 바꿔놓는 계기가 됐습니다. 아울러 캠코더의 경우 소니코리아의 고가정책에 반해 JVC코리아는 저가정책으로 소비자들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습니다.”

 JVC코리아가 단기간에 국내 소비자들 속으로 파고들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공격적인 브랜드 알리기 덕택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소니는 잘 알면서 JVC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사실이 가장 난감했습니다. 사실 JVC는 전세계에 약 3만6000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연간매출도 8700억엔이 넘는 기업으로 일본·미국·유럽·아시아 등의 AV시장에서 일본업체 가운데 소니·파나소닉 등과 함께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데구치 사장은 지난해 초부터 광고와 이벤트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해 브랜드를 알리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마저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터진 것이다.

 “지난해 초 역사교과서 왜곡문제가 불거질 때에는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지요. 국내업체와는 달리 수입업체는 이 같은 작은 사건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일본 업체들이 모든 마케팅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소위 몸 사리기에 처해있던 때였다. 이데구치 사장도 고민스러웠지만 그래도 브랜드 알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브랜드를 알리는 것은 JVC가 국내에서 영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중대한 문제이기 때문에 중단할 수 없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위해 밀고 당기는(Push&Pull) 전략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특히 파라파라 댄스경연대회, MBC 강변가요제 등 젊은층을 타깃으로 한 각종 행사 후원을 통해 인지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결국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선택할 것이라는 이데구치 사장의 판단이 옳았고 JVC코리아는 이 같은 행사와 홍보를 등에 업고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

 올해 JVC코리아는 월드컵과 관련해 한층 강화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JVC코리아는 브랜드 인지도를 2002년 월드컵을 계기로 확고히 정착시키는 것과 중장기적으로 한국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로 올라서는 것에 주력하고자 한다는 계획이다.

 “JVC코리아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대회의 공식 파트너로 다양한 프로모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한국 소비자들에게 친숙하고 신뢰받는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나가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연초부터 JVC코리아는 디지털TV를 대거 들여오는 등 제품 라인업을 강화해 본격적인 시장확대에도 나섰다.

 “한국 법인 설립 당시의 당초 계획에 대비해 2001년도에는 50%의 외형 성장을 했으며 올해는 월드컵 특수, 디지털방송 등 호기를 맞아 1000억원 이상의 매출달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데구치 사장은 한국에 대한 애착이 많은 사람이다. 까다로운 자신의 입맛을 한국에 맞춘 것처럼 JVC를 이끌고 한국시장에 들어온 만큼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싶은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한국시장은 디지털AV시장에 관한 한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입니다. 한국에서 확고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한국을 떠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데구치 사장은 주변의 모든 상황을 두고 이제 막 출발하는 단계를 거쳐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초를 다진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어제 막 한국에 들어와 먼길을 달려갈 사람처럼 긴장된 표정으로 한국에서 손꼽히는 AV전문 메이커로 우뚝 서는 것을 지켜봐 달라며 말을 맺었다.

 

 ▲이데구치 요시오 JVC 코리아 사장(53)

 △48년 일본 나가사키 출생 △나가사키대 교육학 전공 △JVC 영업부 입사 △JVC 영업업무 기획부장 △JVC 중국 광저우 지역본부 사장 △JVC 코리아 사장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