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신화, 2막이 오른다>(중)차세대 주자

 ‘벤처 1만1600개’ 정부의 벤처육성 드라이브와 코스닥 붐에 힘입어 지난 4년간 급속 팽창한 국내 벤처업계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잇따른 게이트로 시장의 벤처 옥석가리기가 가속화하고 있으며 정부도 질 위주의 벤처지원으로 선회하고 있다.

 특히 최근 벤처신화의 상징격인 메디슨의 좌초는 달라진 1세대 벤처기업의 명암을 보여주고 있다. 새롬기술, 한글과컴퓨터 등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기업들이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반면 휴맥스, 안철수연구소 등은 꾸준한 매출과 사업확장으로 나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이제 벤처신화의 1막을 장식했던 1세대 벤처의 성공과 실패를 밑거름으로 삼아 탄탄한 수익구조와 글로벌 경쟁력을 무기로 벤처신화의 2막을 주도할 차세대 리더들에게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가장 유력하게 손꼽히는 선두주자는 지난해 셋톱박스라는 하나의 제품군으로 2억달러를 수출한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이다. 최근 2년간 많은 벤처기업들이 수익모델 부재와 자금난에 허덕이는 가운데도 휴맥스는 지난해 1008억원의 영업이익과 1070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올해도 2년 연속 70% 정도 증가한 3억5000∼4억달러를 수출목표로 잡고 있다.

 휴맥스의 성공은 기술경쟁력을 지닌 제품 하나에만 모든 능력을 집중, 차별화된 제품과 철저한 사후서비스로 해외시장을 공략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벤처가 하나의 아이템으로 세계시장을 정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요즘 변대규 사장에 대한 업계의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변 사장이 최근 업계에 잇따르고 있는 악재를 불식할 모델이 되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온라인게임 리니지로 일약 벤처 스타덤에 오른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사장도 국내 문화산업을 이끌 차세대 주자로 손꼽히고 있다. 아래아한글 공동 개발자이자 한메소프트 창업자이기도 한 김 사장은 게임 유료화를 정착시켜 1200억원의 매출을 달성, 엔씨소프트를 코스닥 황제주로 만들었다. 또 국산게임의 세계화에 나서 미국·홍콩·일본 등 해외 온라인 유료서비스로 상당한 로열티 수입을 거두는 등 올해도 50% 이상 늘어난 18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며 젊은 벤처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변 사장과 김 사장은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 주간지 비즈니스위크로부터 ‘아시아의 스타상’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안철수연구소 안 사장도 최고경영자(CEO) 프리미엄의 대명사로 자리잡으며 벤처업계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95년 창업, 국내 백신분야를 개척해온 안 사장은 지난해부터 종합 보안업체로의 면모를 갖추고 통합보안 솔루션 개발, 해외법인 설립 등을 통해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또 사이버 교육솔루션업체인 한빛네트를 이끌고 있는 한일환 사장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97년 설립된 한 사장은 사이버교육 솔루션과 콘텐츠, 서비스 등으로 지난 4년 연속 흑자경영을 일궈왔다. 특히 한빛네트가 선보인 ‘에듀세움’은 업계에선 유일하게 미국의 사이버교육표준(AICC) 가이드라인을 통과, 국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해 매출 50억원, 순이익 27억원을 거둔 음성기술 전문업체 에스엘투의 전화성 사장, 미국 퀄컴사에 모바일 솔루션을 공급하며 매년 10배 이상의 매출 증가를 거두고 있는 네오엠텔의 이동헌 사장 등 90년대 중·후반에 설립된 미등록 신생 벤처 사장들도 독자적인 기술과 탄탄한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두각을 나타내 새로운 벤처스타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