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지시장 `지각변동` 오나

‘올해 스토리지 시장 판도 바뀔까.’

 한국EMC가 스토리지시장 부동의 1인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한국EMC에 맞서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LG히다찌·한국HP·한국썬 등 히타치 스토리지 공급업체들의 공세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 올해 스토리지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변화될 지에 대해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업계 관계자들은 과거와 같은 형식의 한국EMC 독주체제에는 변화가 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EMC가 1위 업체로서 시장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는 하겠지만 과거처럼 독주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올해 선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효성인포메이션과 LG히다찌의 부상, 전통의 서버업체인 한국HP와 한국썬의 공세가 예사롭지 않다.

 효성인포메이션은 지난해 경기부진으로 한국EMC가 상당한 타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EMC의 주도적인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데다 레이드디스크의 경우는 큰 폭으로 매출이 감소해 성장세로 돌리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효성인포메이션의 올해 매출목표는 1200억원 규모. 지난해에 40% 가량 증가한 액수다. LG히다찌도 올해 1000억원 가량의 매출목표를 수립했다. 이 중 스토리지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서비스를 포함한 부문은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히타치 스토리지 제품을 OEM으로 공급하고 있는 한국HP의 공급량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한국HP는 지난해 경기부진으로 고전을 하기는 했지만 전년의 매출 수준을 달성한 것으로 집계하고 있다. 한국HP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히타치 계열 스토리지 매출규모는 전문 업체인 효성보다 많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40% 가량 높은 매출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썬 역시 올해 하이엔트 분야의 히타치 계열 스토리지 부문서 파상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목표치로만 단순 계산하면 한국EMC의 매출규모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마디로 히타치 계열의 스토리지 매출이 올해를 기점으로 한국EMC를 넘어설 수도 있으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한국EMC가 지난해처럼 성장세를 꺾인 것을 전제로 하는 얘기다. 지난해 한국EMC는 스토리지 소프트웨어·하드웨어·서비스를 포함해 4000억원에 근접한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EMC의 수성전략도 만만찮다. 한국EMC는 지난해보다 20% 가량 많은 매출목표를 수립했다. 적어도 4500억원 가량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 회사는 올해 재해복구센터 구축 등 호재로 디스크는 물론 소프트웨어·서비스의 매출이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IBM과 한국스토리지텍의 선전 여부도 변수다. 한국IBM은 스토리지시장의 한 축을 여전히 차지하고 있고 한국스토리지텍은 급격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아직은 히타치계열의 스토리지 시장과 한국EMC의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고 있기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이들 두 업체의 공세가 어느 한 벤더에게 집중될 경우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은 한국EMC의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히타치계열 업체들이 성능은 동등하면서도 가격적인 이점이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시켜 서버영업과 연계한 영업활동을 펼치면 EMC와 히타치간 양대 대결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