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전자 `독자회생` 가능할까

 ‘해외 매각이냐 독자 생존이냐.’

 1년 이상 끌어온 대우전자의 해외 매각이 답보상태인 가운데 대우전자 경영진이 최근 독자 생존의 가능성을 잇따라 내비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우전자와 채권단이 지난해 1월 매각자문사인 KPMG와 계약을 체결하면서 내부적으로 정한 매각시한이 이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실제 대우전자와 채권단 관계자는 “그간 늦어도 올해 2월까지 주력사업부문의 매각 여부를 최종 확정지을 계획”이라고 누누이 강조해온 터라 지금까지는 해외 매각이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최근 대우전자 장기형 사장이 “매각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여의치 않을 경우 독자생존을 추진할 수도 있다”며 그간 주장해온 매각을 통한 경영정상화에서 한발 벗어난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결코 헐값에 회사를 매각할 수 없다는 일종의 자구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2년 연속 영업이익을 냄으로써 경영정상화에 대한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반해 대우전자 매각자문사인 KPMG 관계자는 “현재 해외 4개 업체로부터 인수의향서를 받아 정밀 실사중이며 조만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본격적인 협상을 벌일 계획”이라고 여전히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또 구체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이 관계자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업체는 물론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함구했다.

 ◇해외 매각 가능한가=대우전자와 채권단은 지난해 1월 영상과 백색가전 등 주력사업부문을 매각하기 위해 컨설팅 업체인 KPMG와 1년간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어느덧 1년이 지난 현재 이렇다할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다.

 한때 해외 유수 10여개 업체가 대우전자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등 매각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중이라는 얘기도 KPMG측을 통해 흘러나왔지만 지난해 10월 인수의향서를 마감한 결과 단지 4곳에 불과했다. 물론 4개 업체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KPMG측이 밝히길 꺼리고 있는 탓이다. 원활한 매각협상을 위한 조치라지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KPMG는 한달안에 인수희망서를 제출한 4개 업체 중 1∼2곳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매각협상을 진행한다고 했지만 이 후 지금까지 소식이 없다.

 이처럼 해외 매각이 답보상태에 있는 상황에서 대우전자와 채권단은 지난해 워크아웃 계획에 따라 출자전환에 이은 감자를 단행하는 등 해외매각을 위한 채무구조조정을 일부 완료했다. 이 때부터 대우전자와 채권단에서는 인수희망 업체가 없거나 헐값에 사려고 할 경우 매각 자체를 중단하고 자체적으로 정상화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다는 입장을 넌지시 내비쳤다.

 대우전자 고위 관계자는 “대우자동차처럼 대우전자를 헐값에 매각할 생각은 전혀없다”며 “최근들어 사내는 물론 채권단도 매각에 큰 기대감을 갖지 않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독자생존 가능한가=해외 매각만이 조기 경영정상화를 실현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았던 대우전자와 채권단이 독자생존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대우전자가 최근들어 독자생존을 위한 행보를 본격화하고 나서 주목된다.

  대우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완전평면HDTV를 비롯해 산소에어컨·무세제세탁기·음성인식에어컨 등 첨단 제품을 속속 출시하는 등 워크아웃 이전처럼 공격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여기에다 반도체·특산사업·무선중계기 등 비주력부문의 매각 및 분사를 거의 완료한 데다 매출 외형은 줄었지만 2년 연속 영업이익을 냄으로써 독자생존을 모색할 수 있는 발판도 어느 정도 마련된 셈이다.

 대우전자는 하이마트와의 법적 분쟁이 해결되는 대로 독자적인 영업망도 구축할 계획인 것을 알려졌다.

 이제 남은 것은 채권단의 결단이다. 워크아웃 계획대로 추가 출자전환과 어느 정도 부채탕감만 이뤄진다면 견실한 종합 디지털 멀티미디어 전문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는 대우전자를 믿고 채권단이 힘을 실어줄지 지켜볼 대목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