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IT기업 CEO를 만난다>(10)델 CEO 마이클 델

 서비스,스토리지 강자로 부상하는 것이 과제

 

 세계최대 PC업체 사령탑인 마이클 델<사진>이 델컴퓨터를 창설한 것은 지난 84년. 그의 나이 19살때로 텍사스대를 다니다 ‘뜻’을 이루기 이해 중퇴한 델은 본인의 이름을 딴 ‘델’을 만들어 세계IT업계에 족적을 남기고 있다. 연간 매출 300억달러에 달하는 오늘날의 ‘거인 델’을 만든건 매우 신중하면서도 ‘적절한 때 내리는 적절한 결정’이 바로 그 비결이다.

 마이클 델은 남들처럼 뜰 기세가 조금 보인다고 조급히 개인휴대단말기(PDA:Personal Digital Assistant)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고 또 게이트웨이와 애플컴퓨터처럼 일반 소매점을 열지도 않았지만 ‘거물’로 성장했다.

 오히려 지난 96년 서버 시장에 처녀 진출, 5년 만에 세계적 서버 업체로 만들어 놓았으며 1년뒤인 97년에는 워크스테이션 시장에 첫 도전해 지금 톱을 달리고 있다.

 이처럼 시장을 읽는 탁월한 혜안과 적절한 사업 타이밍은 마이클 델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미 격주간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37살에 불과한 이 ‘청년’은 벌써 작년 미국 갑부 중 서열 15위에 올라 있다.

 모든 것을 고객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도 마이클 델의 강점. “어떤 제품, 어떤 서비스가 좋은지는 고객들이 가장 잘 안다”는 말로 델은 이를 웅변하고 있다.

 또 델의 성공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직접판매다. 유통망이란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전화나 웹사이트를 통해 바로 소비자에게 PC를 판매하는 이 방법은 PC유통 부문에 혁신을 가져 왔을 뿐아니라 델에도 세계최대 업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직접판매 덕택으로 델의 창고에는 경쟁업체보다도 훨씬 적은 물량인 5일치 물량밖에 없어도 아무 문제 없이 잘 돌아가고 있다. 반면 PC분야 델의 최대 경쟁업체인 컴팩의 경우 재고 물량이 수주일분에 달한다. 경기가 안좋은 때 누가 더 타격을 받을지는 명약관화다. 델에 자극 받은 컴팩도 최근에는 직접판매 물량을 늘리고 있다. 직접판매로 인한 유통비 절감은 바로 델의 ‘특기’인 저가 경쟁을 구사하는 원동력이기도 하다.

 사실 델은 기술혁신 업체는 아니다. 이 분야에서는 보수적이다. 즉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컴퓨터 등이 소비자들의 수요를 촉발할 혁신적 제품을 내놓는 데 반해 델은 신기술 개발보다는 마이크로소프트, 인텔과 ‘악어와 악어새’관계를 유지하며 세력을 키워왔다

 델의 보수성은 18년 역사 중 델이 업체를 인수한 것이 ‘컨버지넷’(ConvergeNet) 단 한곳에 불과하다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신기술에 비중을 덜 두기 때문에 델이 연구개발비에 쏟는 비용도 전체 매출의 1.5% 불과하다. 이 때문에 스콧 맥닐리 선마이크로시스템스 CEO 같은 경우 델에 “단순히 윈도 소프트웨어와 인텔 칩을 박스(하드웨어)에 넣어 돈을 버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채소가게에 불과한 곳”이라는 비난을 퍼붓기도 한다.

 마이클 델의 보수성은 기업문화에도 이어져 델은 경영진 이동이나 새 부서 신설 등을 외부에 공개하는 일이 드물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델컴퓨터는 잘나가고 있다. 서버 시장에 진출한 지 5년밖에 안되지만 작년 세계와 미국 시장에서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97년 첫발을 디딘 워크스테이션 시장에서도 승승장구, 최고업체로 부상했다.

 델이 이렇게 잘나가는 데는 고객의 주문에 의해 제품을 생산, 곧바로 최신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신속성이 한몫했다. 마이크로소트와 인텔은 델에 공급하는 물량이 워낙 많아 가격할인도 그만큼 많이 해주고 있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델의 운영비는 전체 비용에서 10.3%에 불과하지만 컴팩의 경우 이의 배 정도인 21.3%에 달한다. 그만큼 델의 경쟁력이 높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화려한 고공 비행을 계속해온 델이 앞으로도 계속 화려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이미 델은 워크스테이션과 서버 매출에서 최근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이것이 추락하는 징조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에 대해 마이클 델은 “우리는 이제 겨우 18년 역사밖에 않된다. 우리에게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를 지켜봐 달라”고 말한다.

 시장전문가들은 델이 성장세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으로 IT서비스, 스토리지, 네트워킹 제품 같은 아이템을 들고 있다. 현재 이들 품목은 델의 총매출에서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 분야는 델에 성장을 가져다 둔 전통적 PC보다 가격이 훨씬 비쌀 뿐 아니라 또 PC처럼 직접판매 방식이 먹혀들지 아직 의문이다.

 이에 대해 IDC 애널리스트 로저 케이는 “델이 서비스 분야 등에 상당한 수준의 투자를 하지 않으면 IBM과 컴팩 등과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며 “IT서비스, 스토리지 등의 강자로 부상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충고한다.<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