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큐리텔(대표 송문섭 http://www.curitel.com)의 이천 이동전화단말기 생산라인은 국내 이동전화단말기 산업의 가능성을 확인케 한다.
불야성을 이루고 있는 큐리텔의 이천공장은 이미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 중흥을 상징하고있다. 불과 몇개월 전 하이닉스반도체(구 현대전자)의 사업부문으로서 나락을 맛본 기업이었지만 현재는 ‘생산라인 24시간 완전 가동’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한때 이동전화단말기 내수시장 3위 업체였으나 본사(하이닉스반도체)의 어려움으로 말미암아 벤처기업으로 변모, 자력갱생의 길로 들어섰던 게 큐리텔이다.
지난해 5월 분사한 현대큐리텔의 임직원들은 더이상 대기업 자본이란 우산이 사라졌음을 각인, 흑자경영을 위한 땀을 쏟기 시작했다. 또 현대큐리텔은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을 새 경영자로 맞이(피인수)하면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중이다. 물론 아직은 화려한 부활을 말하기보다는 재기를 위한 담금질이다.
◇자생력 회복, 큐리 200=현대큐리텔 생산본부(이천공장)의 2001년도 슬로건은 ‘큐리 200’이었다. 200억원 흑자를 내자는 것. 그 노력은 214억원 흑자로 연결됐다.
현대큐리텔은 하이닉스반도체 계열회사 시절에는 사실상 적자기업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렸고, 모토로라코리아를 추월하지 못했다. 내수시장 점유율이 3∼5%로 떨어지면서 주력 브랜드인 ‘걸리버’가 소비자들로부터 잊혀졌다. 2000년대를 겨냥한 새 브랜드인 ‘네오미’도 회사 분사과정에서 힘을 잃고 말았다. 이동전화단말기 내수시장에서 거의 회복불능 상태에 빠져든 셈이다.
반전은 수출시장에서 찾아왔다. 시련을 딛고 일어선 임직원들의 자력갱생 의지는 수출주문과 함께 힘을 받았다. 기존 거래선인 미국 오디오복스로의 제품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한 데다 루마니아, 이스라엘, 호주, 뉴질랜드, 중국, 인도 등지로 거래선을 넓혔다.
현재 현대큐리텔은 미국으로 공급할 트라이모드형 CDMA단말기를 중심으로 매월 50만대 정도를 전세계로 실어내고 있다.
◇멈추지 않는 생산라인=예종원 씨(26)는 현대큐리텔 이동전화단말기 생산라인에서 3년째 근무중이다. 그는 이동전화단말기 제조 초기단계인 인쇄회로기판(PCB) 어셈블리 라인을 맡는다.
“0.05초당 1개의 부품을 PCB에 실장합니다. 하루에 3000개, 한 달에 1만개 정도의 이동전화단말기용 PCB를 소화하고 있습니다.”
하루 3000개는 예 씨가 8시간 동안 1개 PCB 어셈블리 라인 책임자로서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이다. 3교대 근무체계를 갖췄으니 1개 어셈블리 라인으로 하루에 약 1만개의 PCB에 부품을 실장하는 셈이다.
예 씨는 이달에는 오후 2시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는 B조다. 다음달에는 밤 10시부터 디음날 새벽 6시까지 근무하는 C조로 교대한다. 새벽 6시부터 오후 2시까지 일하는 A조를 합쳐 생산라인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간다.
정철상 생산본부장은 “최근 생산인력 보강이 어려워지면서 생산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데 힘을 집중하고 있다”며 “앉아서 근무하던 이동전화단말기 완제품 조립라인을 스탠딩 시스템으로 바꿈으로써 생산능력이 30% 향상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전했다.
◇전망=새 살림을 꾸리기 시작한 현대큐리텔은 우리나라 중견 단말기 제조업계의 미래지표다. 세원·맥슨텔레콤과 함께 이동전화단말기 연간 생산능력이 1000만대를 넘어선 중견기업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계 이동전화단말기 산업계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연산 1000만대가 부품 구매, 생산, 판매의 기본요건으로 여겨지는 추세다. 이는 곧 중견 단말제조업체의 생존과 발전을 위한 전제조건이 될 전망이다.
더욱 주목되는 것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이다.
최근 이동전화 단말기 생산라인의 24시간 풀가동체제는 수출주문량에 기인한다. 수출시장에서 ‘한국을 빼놓고’라는 거래는 없다는 게 최근의 상황이다. 현대큐리텔의 이천공장 모습이 날개를 단 한국의 이동통신산업을 의미하고 있는 듯하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