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업계, 새 회계기준 불만

 정부 위탁기관인 한국회계연구원이 내년부터 적용키로 한 새 회계기준(안)을 놓고 전자상거래 업계에 불만의 소리가 높다.

 새 기준이 인터넷 기반의 전자상거래 프로세스와 부합되지 않는데다, 기준 설계 자체가 전자상거래를 상품의 단순중개 사업으로 보는 데서 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 회계기준은 전자상거래 업체의 경우 매출산정 기준을 수수료로 전환하고 재고자산이나 지급불능 사태에 대한 위험을 부담하지 못할 경우 매출액으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회계연구원이 마련한 새 회계기준(안)에 따르면 2003년부터 전자상거래 업체는 ‘재고자산의 위험부담을 지지 않고 고객의 지급불능 사태에 따른 신용위험을 부담하지 않는 상거래에 대해서는 거래총액을 매출로 잡을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전자상거래업체가 판매상품을 자사 물류센터에 쌓아 두고 재고 위험을 부담하는 경우에만 매출로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국내 인터넷 쇼핑몰 가운데 이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일부 재고를 갖는 경우도 있지만 쇼핑몰에서 주문상품을 발주한 다음 협력업체가 이를 받아 배송하는 프로세스가 일반적이다.

 인터넷쇼핑몰업계는 결국 이같은 기준안이 나오게 된 것은 인터넷 쇼핑몰을 전통적인 유통으로 이해하기보다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거래를 연결해 주는 단순 중개 비즈니스로 보고 있는 정부측의 인식을 그대로 반영한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인터파크, 롯데닷컴, 삼성몰 등 인터넷 쇼핑몰 업체 관계자들은 재고자산만 없을 뿐 엄연하게 상품의 매입과정이 있고 판매, 배송 등 최종 소비자와의 관계에서 모든 책임을 쇼핑몰이 떠안는 현 구조에서 매출 산정은 금하고 책임만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또 새 회계기준의 시행이 1년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련사항의 정비가 미비돼 있고 구체적인 시행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쇼핑몰 업계는 업계 의견을 수렴한 다음, 전자상거래협의회를 통해 명확한 시행기준과 전자상거래 환경을 고려한 합리적인 운영방안 등의 마련을 정부에 촉구할 예정이다.

 한국회계연구원 권성수 팀장은 “상품판매시 재고위험 없이 단순 중개·대리판매일 경우 수수료만을 매출로 잡는 것은 투명한 기업경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며 “조만간 ‘수익인식 기업회계기준서 제4호”를 공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실무적용시 애매한 부분은 질의를 통해 해석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전경원기자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