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성룡 나오는 무협영화 봐요.” “오래간만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다시 보고 싶었는데….” “여보, 당신은 이따 나랑 성인 전용 영화 한편 감상하는 건 어때?”
비디오 대여점에서 벌어지는 광경이 아니다. TV 앞에서 취향에 맞는 케이블TV 영화를 골라잡기 위한 리모컨 쟁탈전이다.
케이블 ‘영화’ 하면 달랑 종합영화채널 한개가 전부였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 가족영화부터 성인물까지 입맛대로 골라보는 멀티플렉스 극장이 우리집 안방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케이블TV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영화채널은 그동안 TV로는 감히 접할 수 없었던 성인영화 전용 채널.
밤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성인 전용 블록을 선보이는 ‘HBO 플러스’는 유료영화 채널인 HBO에 가입한 시청자라면 기존 7800원의 가입비만으로 ‘덤으로’ 시청이 가능하다.
‘TV에서 야한 영화가 나와봤자지’라는 섣부른 속단은 이르다. 미 플레이보이를 비롯해 프랑스·아시아 등지의 R등급 성인물은 물론 ‘노랑머리2’ ‘크래쉬’ 등 너무 노골적이어서 잘리거나 등급이 보류될 수밖에 없었던 관심작들도 안방에서 편안히 감상할 수 있다. 아이들의 시선이 걱정된다면 컨버터에 내장된 잠금장치를 이용하면 된다.
자녀들의 눈치를 볼 필요없이 온 가족이 드라마를 시청하듯 영화 나들이를 하려면 ‘가족영화채널’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이곳에서 방영되는 ‘홀마크’의 영화들은 따스하면서도 잔잔한 감동을 전달해 가족들이 둘러앉아 보기에 제격이다.
스케일이 크고 긴박감 넘치는 액션영화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은 남성들에게는 ‘OCN 액션’이나 ‘OSBN’이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개국 이래 여성과 젊은층으로 꾸준히 ‘팬’층을 넓혀온 OCN 액션에는 ‘정통 어드벤처 및 SF액션’에서부터 일명 ‘스릴러 액션’ ‘스포츠 액션’ ‘전쟁 액션’ 등에 이르기까지 액션에 관한 모든 것이 망라돼 있다.
반면 최근 오락채널에서 무협영화 전문 채널로 전환한 ‘OSBN’은 주로 중국·대만·홍콩 등지의 친근한 무협물을 풍성하게 보여줄 계획이다.
미공개작이나 예술영화를 찾아보는 틈새영화 마니아들에게도 선택의 폭은 넓다.
다음달 첫 전파를 타는 아시아무비채널(AMC)은 그동안 충분히 소개되지 못했던 ‘아시아 영화의 창’이다.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국내에 붐을 일으킨 이란 영화 외에도 인도·중국·대만 등지의 우수 영화들이 엄선돼 방영된다.
고전영화 한편으로 옛 추억에 잠기고 싶다면 클래식 전문 영화채널을 표방하는 ‘BCN’에서 흑백화면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다. ‘카사블랑카’같은 불후의 명작은 물론, 필름창고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희귀작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