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보기술(IT) 경기회복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증시에 상장하려는 IT업체들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새해 벽두부터 IT 경기회복을 확신한 외국인 등 투자자들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IT주를 대거 사들이면서 지난해 IT 경기위축으로 얼어붙었던 기업공개(IPO) 시장이 활기를 띨 것이라는 분석이다.
본지 증권팀이 IPO 업무를 담당하는 26개 증권사들과 3개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46개 IT업체들이 코스닥등록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올해 경기회복으로 증시분위기가 크게 회복될 경우 코스닥등록을 추진하는 IT업체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올해 IPO업무계획과 주간사를 선정하지 못한 IT업체들도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코스닥증권시장에 따르면 이달에만 청구예정 기업이 112개사(IT기업 80여개사)에 달하고 있으며 이 추세대로라면 올 상반기에만 400개를 넘어설 전망이다. 경우에 따라선 코스닥시장내 등록업체수가 올해 1000개를 넘어서는 기념비(?)적인 일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일 현재 코스닥시장에 등록된 업체수는 741개. 지난해 342개 업체들이 코스닥등록을 추진해 177개가 등록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등록업체수 1000개 돌파도 불가능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 그동안 IT업체의 요람으로 여겨졌던 코스닥시장을 외면하고 올들어 상대적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거래소시장 상장을 추진하는 IT업체들도 나타날 전망이다. IT업체들이 지난해 IT 경기침체 이후 안정성을 중시하는 투자자들의 ‘입맛’에 따라 코스닥시장이 갖는 ‘기술주’의 상징성보다는 증권거래소의 안정성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증시 상장을 추진하는 IT업체들이 내용적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처럼 장외 황제주인 안철수연구소 등 초우량 IT업체들이 눈에 띄지는 않지만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당수 IT업체들이 올해 코스닥시장을 두드릴 것으로 예상된다. 3만개 중소기업 IT지원사업 ERP 수주 1위 업체인 케이에이티시스템을 비롯해 인터넷포털업체인 NHN, 인터넷경매업체인 이셀피아, ’포트리스2’로 유명한 게임업체인 CCR, 비디오제작 및 유통업체인 스타맥스, CDMA 단말기 및 모듈 제조업체인 기가텔레콤 등 주력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들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업체가 등록할 경우 코스닥시장의 주도주 교체도 예상된다. 지난해 안철수연구소가 보안주 바람을 일으키고 주도주로 나서면서 기존 보안주들이 소외됐던 것처럼 올해에도 장외업체들의 코스닥진출로 업종내 주도주 교체 및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올해 공모주 시장도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증시가 예상대로 대세상승의 기조만 유지한다면 지난 2000년 상반기 이후 자취를 감췄던 신규등록 ‘대박주’가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신규등록주 주가하락에 따른 시장조성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증권사들이 올해에는 국내 증시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아래 연초부터 IPO 시장에 심혈을 기울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IPO 담당자는 “올해 IPO 시장에는 안철수연구소와 같은 대형 스타주는 적지만 실적 등 우량종목이 적지 않아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IT업체들의 뜻대로 올해 무더기로 증시상장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좀 더 두고 지켜볼 일이다. 코스닥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이려는 코스닥위원회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코스닥위원회는 지난해 코스닥등록 업체수가 700개를 넘어서자 진입장벽을 높이고 퇴출제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코스닥위원회가 아직까지 퇴출보다는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법으로 코스닥시장의 유통주식수 증가를 더디게 만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올해 처음 열린 코스닥등록 예비심사에서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심사대상 20개 IT업체중 9개 업체만이 예비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이날의 승인율은 코스닥예비심사 평균 승인율(80%)에 크게 못미치는 45%에 불과했다. 코스닥위원회는 다수 업체들이 탈락한 이유에 대해 “형식요건과 질적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시장에서 요구하는 퇴출은 강력히 추진하지 않으면서 진입장벽만 높인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왔다.
이유야 어쨌든 올해 코스닥등록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조기에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는 IT업체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하반기로 갈수록 당국의 심사강화와 맞물려 코스닥시장에 입성하려는 IT업체들이 늘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상반기중에 코스닥 예비심사를 청구하지 않으면 올해 코스닥등록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상반기중 월평균 예비심사 청구업체가 70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코스닥의 문이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 코스닥등록을 준비하는 업체들의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올해 코스닥등록을 추진하는 한 IT업체 사장은 “실적 등 기업내용이 좋지 못한 업체들이 버젓이 코스닥에 등록돼 있는데 이를 놔두고 코스닥 진입장벽만 높인다면 누가 수긍하겠느냐”며 “코스닥 진입장벽을 높이기보다는 퇴출제도를 강화해 업체간 옥석가리기를 시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시관계자들은 코스닥 공모시장의 열풍이 유통시장의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현재 강구중인 퇴출 및 인수합병(M&A)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입장벽을 높이기보다는 퇴출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매년 등록수만큼 퇴출시킨다면 코스닥시장이 과도한 물량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또 M&A를 통해 기업수를 줄이는 것도 유통물량을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