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DVD시대다.
꿈의 영상매체 DVD는 5.1서라운드 입체 음향과 디지털 고화질을 바탕으로 기존 영상매체를 대체하고 있다.
미국 DVD시장은 지난 90년 중반 이후 매년 60%씩 초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무려 3억개 규모로 확대됐다. 일본은 지난해 시장규모가 7000만개를 형성하면서 프로테이프 시장규모를 훨씬 넘어섰다.
국내에서도 지난 2000년을 기점으로 DVD시장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총 시장규모는 전년대비 200% 이상 늘어난 200만개로 급팽창했다.
올해에도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서 시장규모가 최소 400만개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DVD 수요층은 아직 마니아 위주로 형성돼 있다.
미국이나 일본에서처럼 가정에서 누구나 즐기는 대중적인 매체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가장 중요한 문제는 가격.
대중화의 물꼬에 가장 큰 걸림돌은 비싼 작품가격에 있다. 현재 국내 주요 DVD제작사나 직배사들의 DVD 판매가격은 1만9700원에서 3만원까지 다양하다. 영화나 음악감상을 위해 이같은 구매를 결정하기에는 아직 소비자들의 부담이 너무 크다. 서라운드 입체 음향과 디지털 화면의 장점에 소장가치가 높다고 하지만 1000원이면 비디오대여를 통한 영화감상이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DVD제작사 관계자는 DVD 가격이 1만5000원 이하로 떨어지면 대중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가격인하는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직배사와 제작사들은 장기적으로 가격인하가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나 시기와 폭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 DVD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가격인하 요인이 발생하고는 있으나 자칫 섣부른 인하가 시장질서 문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가격문제는 DVD 보급이 크게 늘어나고 업계의 대량생산 체제가 갖춰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기술개발 및 원가절감을 위한 업계의 의지가 필요조건이다.
품질문제도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국내 일부 작품의 경우 특정업체의 DVD플레이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음향 및 화질이 외산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소 프로테이프제작사나 영화사들도 이 시장에 앞다퉈 참여하면서 DVD의 품질개선 문제는 DVD 보급 및 확산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 DVD에 부가영상이 영상물등급심사의 의무 규정이 되면서 업계간 작품 품질차이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DVD 품질 문제는 우선 시장초기라 기술적인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문제기도 하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는 기술 및 생산 노하우가 축적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를 위한 업계의 과감한 투자가 선행돼야 함은 말할 나위없다.
특히 DVD에 가장 적합한 다양한 콘텐츠 개발이 뒤따라야 한다.
영화위주로만 제작되던 DVD는 이제 음악과 교육용 작품으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 분야의 작품은 전체 DVD출시작가운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미미하지만 DVD의 새로운 출시경향이 되고 있어 업계의 기대는 자못 크다.
DVD플레이어 등 하드웨어 보급 문제는 DVD시장 확대의 필수조건이다.
다행스럽게도 하드웨어 보급은 여러가지 대중화 요건 가운데에서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선 지난해 20만대가 보급된 DVD플레이어는 올해 40만대로 보급 대수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DVD호환 게임기인 PS2와 X박스가 각각 이달 22일과 오는 6월에 각각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어 DVD시장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들 게임기는 올해만 총 100만대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DVD 소외계층(?)인 청소년들을 새로운 DVD 수요층으로 끌어들일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을 어떻게 발굴하느냐의 문제도 관심거리다. DVD는 음반과 함께 온라인쇼핑몰의 대표적인 상거래 품목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전체 DVD판매량의 5%가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또 DVD 대여가 보편화될 경우 DVD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수요를 촉진시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씨넥서스의 엄홍식 사장은 “DVD대여료가 2만원을 호가하는 작품가격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2000원에 형성되고 있어 고객들로부터 호응도가 높다”며 “그러나 자칫 대여시장 비중이 커지면서 오히려 시장침체를 야기한 비디오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대여시장을 통한 DVD시장 활성을 꾀하기위해서는 대여용과 판매용을 구분한 이원화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하드웨어업계와 소프트웨어 업계의 공동마케팅 추진 의지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DVD방 산업의 안착여부도 DVD 보급 및 확산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 요인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업계 양측은 공동마케팅이 ‘1+1=3’이라는 시너지효과를 발휘해 모두에게 실익을 줄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 아직 구체화되고 있지 않지만 본격적인 시장성장이 이뤄질 경우 양측에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대규모 공동마케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DVD 판권가격 상승문제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판권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DVD 제조원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콘텐츠의 다양화나 해외현지 판권구매 확대를 통해 치솟는 판권가격을 안정화시킬 경우 DVD 대중화 시대는 보다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