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발표한 ‘코리아@홈’ 프로젝트로 인터넷 망을 통한 가상의 슈퍼컴퓨팅 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미 이와 똑같은 프로젝트가 학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어 화제다.
가상 슈퍼컴퓨팅 구현에 나서고 있는 곳은 서울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김승조(사진) 교수팀. 김 교수팀은 지난 97년부터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9개년 과제로 ‘인터넷을 이용한 페타 플로프스(Peta FLOPS) 구현’이라는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이 연구의 골자는 수백억원대의 슈퍼컴퓨터 없이도 수백대의 PC를 네트워크로 묶어 최대 400만개의 미지수가 포함된 복잡한 공학 문제를 풀어 우주항공 분야에 응용하겠다는 내용.
이에 따라 김 교수팀은 97년부터 학교 연구소에서 사용하는 128대의 PC를 네트워크로 연결해 슈퍼컴퓨팅 환경을 구현하는데 성공했으며 부분적인 실험을 시도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즉 학교 내 PC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을 수 있는 프로그램인 ‘인터넷 병렬 슈퍼컴퓨팅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270만개의 미지수를 갖는 공학 문제를 거뜬히 해결한 것이다. 김 교수 팀은 PC인프라 환경을 올해까지 300여대, 2005년까지는 1000여대 PC로 각각 늘려 고정밀도의 설계 해석을 필요로 하는 항공기나 건물 구조물을 가상환경에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할 계획이다. 김 교수는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항공기·인공위성·로켓 등 대형 복합 시스템을 PC환경에서 정밀 설계할 수 있을 뿐아니라 구조물의 균형 예측과 손상 등을 진단하는 데도 활용될 것”으로 내다봤다.
팀원 가운데 한사람인 이창성 박사는 “코리아@홈 프로젝트를 발표하기 전부터 이미 학계를 중심으로 똑같은 사업이 시도돼 소프트웨어와 구현 기술을 확보한 상태”라며 “이 같은 연구 성과가 코리아@홈 프로젝트의 중복 투자를 막고 사업의 실질적인 성과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