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인터넷업계 왜 이러나.’
국내 무선인터넷 업계가 연초부터 동종업체간 특허분쟁과 저가 출혈경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인 ‘붐’에 힘입어 올해 도약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됐던 관련업계가 자칫 파행으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포허브(대표 이종일)가 ‘이동통신단말기를 이용한 전자화폐 운용 방법 및 시스템’이란 특허를 취득하면서 불거져 나온 휴대폰 결제 특허분쟁은 현재 해결의 실마리가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법정공방’이란 극한상황을 향해 치닫고 있다. 다날(대표 박성찬)이 올초 특허심판원에 ‘특허무효심판청구’와 ‘특허권리범위확인청구’를 내며 응수하자, 곧바로 특허권자인 인포허브가 서울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기 때문이다. 양사 대표는 이와관련, 최근 단독만남을 가졌지만 ‘특허인정’이라는 원점에서부터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에는 최대 휴대폰 벨소리 다운로드 업체인 야호(대표 이기돈)가 다날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준비중이다. 야호는 “투넘버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다날이 매출의 일정액을 주기로 한 계약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다날측은 “당시에 계약 자체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데다, 이 서비스로 인해 적지않은 손실까지 봤다”며 손해배상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초기시장 주도권을 위한 저가 출혈경쟁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소액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은 휴대폰 결제의 경우 젖줄인 수수료가 적정 수준인 10%가 이미 무너졌고 손익분기점 수준인 7%대까지 내려와 있는 상태다. 최근엔 온라인 게임업체 N사의 경쟁입찰에서 한 업체가 매출대비 6%의 수수료를 제시하자, 경쟁업체가 단문메시지서비스(SMS)비용(건당 20원)을 제외하고 5%대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업계는 “7%로도 채산성을 맞추기 어려운데 5%를 제시한 것은 공멸하자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같은 현상은 벨소리 다운로드 시장도 마찬가지다. 700번 ARS 방식 및 무선인터넷 방식의 벨소리 서비스에 이어 웹사이트 기반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일부 후발업체들이 포털 등 제휴사이트에 70%의 수수료를 제공하는 등 저가경쟁 분위기가 확산되는 추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무선인터넷 붐 조성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지나친 경쟁을 자제하고,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데 업계가 공동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모바일 콘텐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 초기시장에서 이같은 진흙탕 싸움은 무선인터넷 붐 조성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무엇보다도 업계의 자정노력과 협력체제 구축이 아쉬운 때”라고 말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