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까지 겹쳐 예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설 연휴로 귀향이나 여행을 다녀온 후에도 약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비디오를 보며 머리도 식히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자.
설 명절엔 뭐니뭐니해도 가족영화와 액션물이 인기순위 1위를 다툰다.
‘행복한 가족계획’은 일본 TBS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프로그램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가족의 화합을 도모하는 따뜻한 휴먼코미디다.
가장 가와지는 해고된 이후 우울증과 자괴감에 빠진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족 모두에게 불행이 닥치기 시작한다. 하지만 가와지가 TV 프로그램 오디션에 응모하면서 가족간에 사랑과 우애가 샘솟는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아버지를 중심으로 일심단결하는 과정을 따뜻한 감동으로 그렸다. 지난 2000년 휴스턴국제영화제 패밀리칠드런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하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휴먼드라마 ‘잉글리시 브라이드’는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젊은 군인들과 맺어졌던 ‘전쟁신부’들의 사랑과 고난을 그려낸 작품.
릴리는 전투중 휴가를 나온 캐나다 군인 찰리와 눈이 맞아 결혼하지만 그의 허풍에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전쟁에 나간 찰리의 고향인 시골 촌구석을 방문하자 척박한 농장과 심술맞은 시어머니, 장애인 시누이가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웃음과 자신감을 잃지 않고 살면서 시댁 식구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고부간의 갈등, 남자의 거짓말, 영화 후반부 남편과의 갈등 등 동서양을 뛰어넘는 공동의 정서가 담겨 있다.
덴젤 워싱턴 주연의 ‘리멤버 타이탄’은 휴먼 드라마의 감동과 스포츠 드라마의 박진감을 엮은 작품.
버지니아교육청이 백인과 흑인 학교를 통폐합시키자 새로 생긴 윌리엄스고교의 축구팀 코치로 흑인 허먼이 부임한다. 결국 백인 코치가 밀려나고 백인 사회의 주류를 이루는 학부모와 시민들이 거세게 반발한다.
하지만 허먼은 전지훈련지로 떠나는 버스와 숙소에서 흑·백 선수들을 섞어놓고 지옥훈련을 강행한다. 그는 또 선수들간에 신상을 파악하게 하는가 하면 링컨 연설로 유명한 게티즈버그 묘지를 견학시키는 등 흑·백 화합에 노력한다. 그는 결국 진심과 진리를 통해 흑·백 갈등을 해소하는 한편, 실력 위주로 선수를 기용해 팀의 연승가도를 이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지만 지역갈등이 심각한 국내에 경종을 울릴 만하다.
에드 해리스 감독·주연의 ‘폴록’은 2차대전 후 미국 화단을 이끈 천재화가 잭슨 폴록의 굴곡진 삶을 그린 전기영화다.
자동차 사고로 짧은 생을 마감해 화단의 제임스 딘으로 추앙받는 그이지만 영화는 주로 폴록의 어두운 면에 초점을 맞춘다. 에드 해리스의 치열하면서도 자연스런 연기가 돋보인다.
멜로와 따뜻함이 있는 우리영화로는 ‘선물’과 ‘번지점프를 하다’가 있다.
이영애 주연의 ‘선물’은 편지·약속·하루 등 두글자 제목을 가진 멜로물의 대표작 중 하나.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정연은 어리숙한 남편인 용기에게서 정을 떼기 위해 병을 숨긴 채 일부러 악을 쓰고 바가지를 긁는다. 부부의 사소하지만 정감어린 일상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번지점프를 하다’는 윤회라는 불교적 사고에서 모티브를 찾은 김대승 감독의 작품.
풋내기 국문과 학생인 인우는 우연히 버스 정류장에서 스친 태희에게 한눈에 반하지만 그 이후로 그녀를 만날 수 없다. 17년 후 국어교사가 된 인후는 남학생 제자인 현빈의 모습에서 태희의 자취를 발견한다.
동성애 논란을 유발시킨 이 작품은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출력이 발휘하는 사실감이 이같은 논란을 잠재웠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액션물이라면 조건없이 골라도 대여료가 아깝지 않다.
러셀 크로 주연의 ‘글래디에이터’는 작품상 등 2001년 아카데미상을 휩쓴 대작으로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다.
로마의 2인자 막시무스 장군은 가족이 살해되고 노예로 팔려가는 수모 끝에 검투사로 재탄생하면서 코모두스 황제에 대한 복수를 이뤄낸다.
가수 마돈나의 남편인 가이 리치 감독이 연출하고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스내치’는 코믹 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액션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보석가게에 떼강도가 든다. 왕초격인 프랭키는 다이아몬드를 훔쳤으나 뉴욕의 보스에게 보석을 넘겨주기로 한 약속을 어기게 되고 이때부터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가을의 전설’에서의 느끼한 귀공자풍을 벗어던지고 사이코 킬러로 되돌아간 브래드 피트의 모습에서 신선함과 배우근성이 물씬 묻어난다.
최근 가장 주목받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의 역작 ‘트래픽’도 추천할 만한 액션물.
멕시코 티후아나의 마약단속 경찰,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마약단속국장,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마약거래 보스의 아내와 그 주변의 모습이 감정이 배제된 채 다큐멘터리식으로 펼쳐진다. ‘트래픽’의 묘미는 마약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세가지 사건을 접목시킨 치밀한 구성에 있다.
애니메이션과 동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온가족이 부담없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르.
대작 ‘피터팬’은 46년만에 디지털 기술로 재탄생한 작품으로 원작이 너무나 유명해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꿈의 섬에서 후크 선장과 해적 일당을 무찌르는 웬디와 피터팬, 요술가루를 뿌리며 날아다니는 요정 팅커벨 등은 어린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 어른에게 추억을 되새겨준다.
아카데미상 2회를 수상한 작곡가 새미 칸과 새미 페인의 흥겨운 배경음악은 환상적인 이미지를 한껏 더해준다.
‘102달마시안’은 애니메이션 ‘타잔’을 감독한 케빈 리마의 극영화 데뷔작이자 101달마시안의 속편.
달마시안을 납치해 모피코트를 만들려다 감옥에 간 마녀 크루엘라 드 빌은 출옥 후 모피 디자이너 장 피에르 르펠과 함께 새로운 납치작전에 돌입한다. 이에 대항하는 달마시안들의 대 반격이 시작된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