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컴퓨터·정보통신·가전 등 전 부문의 경기침체로 한껏 움추렸던 국내 부품업체들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들어 가전과 이동전화기를 주축으로 부품수요가 늘어나면서 50% 이하로 떨어졌던 공장가동률이 올라가고 설 연휴 휴무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등 경기회복의 체감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 경영진 세대교체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고 조직 기술혁신에 대대적인 박차를 가하고 있어 대형 부품업체들이 올해 새로운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활기찾는 조업현장=지난해 주문량이 없어 8일간의 ‘넉넉한’ 설 연휴를 보냈던 삼영전자(대표 변동준)의 직원들은 올해들어 하루 22시간의 조업시간과 토요일·일요일의 특근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설 휴무도 ‘빨간날만 쉬는’ 수준으로 결정됐다.
이 회사 김경호 상무는 “가전제품과 산업용 기기를 중심으로 알루미늄 커패시터의 주문이 늘어나 지난해 동기에 비해 20%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며 “컴퓨터와 디지털TV의 수요도 늘어나고 있어 3월들어서는 활기가 더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대표 이형도)의 주력품목인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생산라인도 24시간 종일 가동하고 있다.
1월에만 60억개 이상의 수주를 받아 현재 70% 이상의 가동률을 보이는 삼성전기의 MLCC 생산라인은 설날에도 24시간 가동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삼성전기의 관계자는 “3조4000억원의 올해 매출목표와 4300억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MLCC의 선전이 주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구호 치열=올해를 기사회생의 해로 정한 만큼 업체들의 혁신구호도 한층 치열해졌다.
LG이노텍(대표 김종수)은 ‘사생결단’이라는 과격한 표현까지 동원해 ‘사생결단, 악착같이 될 때까지 끝까지’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LG이노텍의 관계자는 “지난해 실적을 결산한 결과 순수익이 10억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며 “올해들어 디지털미디어와 이동전화기 부문의 주문이 점차 증가해 활기를 되찾는 만큼 8000억원의 매출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삼성전기도 올해들어 수율을 99% 이상으로 극대화하자는 구호를 내세워 챌린지99 운동을 벌이고 있다.
◇경영진의 세대교체=국내 대기업의 계열사로 전문경영인체제를 구축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올해 경영진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50대 초반 경영자의 활기찬 리더십이 부품업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이형도 부회장(59)이 그룹 원로 역할을 수행할 자리로 옮겨갈 것이 유력시됨에 따라 1월 부임한 강호문 사장대우(52)의 리더십에 큰 기대를 거는 분위기이고 LG이노텍도 올해 50세인 허영호 부사장이 김종수 사장(59)의 뒤를 이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2월중 예상되는 이들 업체의 사장단 인사에서 59세 동갑내기인 이 부회장과 김 사장이 물러날 경우,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5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경영자를 맞아 활기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