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기술 우리가 연다>(23)항우硏 비행선연구그룹

 항공우주연구원 비행선연구그룹 염찬홍 그룹장(오른쪽)을 비롯한 연구원들이 모여 기초기반기술 확보를 위한 전략회의를 하고 있다.

  

 오는 2007년께면 이동통신용 기지국 중계기가 모두 사라질지도 모른다. 대신 태풍이나 눈·비 등 기상현상이 거의 없는 고도 20㎞대의 성층권에 축구장보다 더 큰 200m급 비행선이 떠다니며 통신중계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비행선연구그룹(그룹장 염찬홍)은 산업자원부 차세대신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오는 2007년까지 500억원이 투입되는 ‘성층권 비행선 개발 프로젝트’를 2단계로 나눠 지난해부터 수행 중이다.

 이 프로젝트가 완료돼 상용화되면 이동통신 시장은 물론 인공위성 분야에 변혁을 몰고 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나아가 산불이나 대기오염, 밀입국선 감시, 조난선박 위치 파악 및 중계, 태풍 추적, 농작물 작황 조사 등 다용도로 사용이 가능하다.

 내년 8월까지 1단계 사업을 추진 중인 비행선연구그룹은 100억원을 들여 고도 3㎞ 이상에서 3시간 이상 운용이 가능한 50m급 축소형 비행선을 먼저 개발하기 위해 현재 기초연구에 들어가 있다. 지구 상공에 장기간 정체시키고 지상 관제시설과 접촉할 수 있는 통신·탐사 시연용 테스트베드를 우선 개발하기 위해 연구진은 자동비행시스템과 추진·전원시스템을 확보하는 일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형 비행선 개발이 국내 처음인 데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이렇다 할 기술이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반 저고도 비행선이 대부분 70% 이상 헬륨으로 채워져 있는 데 반해 연구진이 개발하려는 비행선은 한 단계 더 나아간 부력제어기술을 사용할 계획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2단계사업이 들어가는 내년 9월부터 2007년 8월까지는 고도 20㎞에서 1개월 이상 체공이 가능한 200m급 시제기를 개발할 방침이다.

 염 그룹장은 “한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는 초대형 비행체를 제작하는 일이 관건”이라며 “태양전지나 연료전지 등은 이미 나와 있는 기술을 이용할 수 있지만 초대형 비행체를 지구 상공에 띄우는 일이야말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는 일에 맞먹는 과제”라고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전국의 통신망을 성층권 비행선으로 대체하기 위해서는 모두 25대가 필요하다. 1대가 최대 가로, 세로 100㎞까지 통신중계가 가능하지만 사각지대 없이 하기 위해서는 가로, 세로 40㎞ 정도가 무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산해 드는 비용은 양산체제를 갖췄을 경우 대략 대당 제작단가가 300억원 정도고 모두 7500억원이 필요한 셈이다. 그러나 이동통신회사들이 기지국 중계기 설치에 5조원 가량을 쏟아부은 것에 비하면 경제성 면에서 월등히 앞서고 있다.

 향후 국내에 도입될 IMT2000까지 보편화될 경우 새로 설치해야 할 중계기 비용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어서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자동비행을 위한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요소기술을 자체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제대로 연구하기 위해서는 1700억원 가량이 필요하지만 배정받은 예산은 모두 합쳐 500억원 가량이다.

 성층권 비행선 연구 분야는 미국이나 일본에서도 이미 연구에 돌입할 정도로 관심을 쏟고 있으나 이렇다 할 결과물은 아직 나와 있지 않은 상태여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미국은 지난 97년부터 민간회사인 SSI의 주도로 현재 50m급 시제기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일본의 경우는 오는 2007년까지 1000억엔을 투자하는 밀레니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염 그룹장은 “미국이나 일본 등과 국제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늦어도 연내에는 상호협력방안이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