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무증자합병` 바람

 무증자합병이 증시의 새로운 인수합병(M&A) 기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증자합병이란 인수기업이 인수대상기업의 주식을 전량 인수한 후 합병기업의 주식을 소각, 합병에 따른 주당가치희석을 막을 수 있는 M&A 기법. 우량기업과 무증자합병을 추진할 경우 유통주식수가 늘어나지 않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가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통신장비업체인 현대시스콤과 합병계획을 밝힌 디지털영상저장장치 업체인 3R는 연내 현대시스콤의 지분을 전량 인수한 후 무증자합병을 추진할 계획이다. 합병비율은 3R 1주당 현대시스콤 0주다. 3R의 IR담당자는 “3R는 무증자합병으로 주식수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현대시스콤의 자산 및 영업권, 조직 등을 이양받게 됐다”고 말했다.

 3R는 현재 현대시스콤의 대주주였던 하이닉스반도체의 출자지분(87%)을 200억원에 인수한 상태. 조만간 현대시스콤의 우리사주 보유지분인 13%를 추가로 매입하고 현대시스콤과 무증자합병을 매듭지을 계획이다. 3R가 인수한 현대시스콤 주식은 합병과정에서 전량 소각된다.

 3R는 현대시스콤과의 합병효과로 주식소각에 따른 손해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대시스콤이 300억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주식 인수대금 200억원도 현대시스콤이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분사할 때 현금출자받은 200억원을 프리미엄없이 지불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낚시도구 제조업체인 호스텍글로벌은 오는 10일 인터넷제국과 무증자합병을 한다. 인터넷제국 지분 53%를 보유한 호스텍글로벌 주식 1주당 인터넷제국 주식 0주를 기준으로 양사가 합병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호스텍글로벌의 인터넷제국 1대 0 흡수합병결의 이후, 인터넷제국의 채권자인 디스커버리창업투자 등 나머지 47% 주주 중 일부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지만 지난달 인터넷제국 주총에서 양사의 합병이 승인됨으로써 호스텍글로벌의 인터넷제국 흡수합병이 최종 승인됐다.

 김동준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무증자합병은 주당가치희석없이 합병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무증자합병이 최근 코스닥시장의 우회상장에 대한 요건을 강화하면서 나타난 새로운 형태의 ’뒷문상장(back door listing)’ 지적도 있다.

 3R 합병의 경우 합병의 주체는 3R지만 사실상 합병이 마무리되면 현대시스콤이 코스닥시장에 등록하는 효과를 보게 된다. 연매출 200억원에 불과한 3R에 비해 현대시스콤은 지난해 매출만 518억원을 기록하는 등 기업규모나 향후 사업방향에서 3R보다는 현대시스콤이 기업의 주도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또 호스텍글로벌에서 나타나듯 무리하게 무증자합병을 추진할 경우 일부 주주들의 거센 반발도 예상된다.

 결과적으로 일부 장외업체들이 편법적인 코스닥등록 방법으로 무증자합병을 추진할 경우 종전의 인수후개발(A&D) 등 뒷문상장에서 나타났던 여러가지 문제점을 답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