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과학관 리포트>(5)영국편(하)재도약하는 영국 과학기술

 영국의 주요 기술개발 분야는 매우 다양하며 일부 분야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laxo Smith Kline)를 비롯한 세계적인 제약기업이 세계 의약품 총수출량의 12%를 담당하고 있는 등 유전공학 및 의약학 분야에서 미국 다음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또 세계 최대의 비영리 의학법인인 웰컴트러스트(Wellcome Trust) 소속의 생거(Sanger)연구소는 6개국이 참여하는 인간게놈 프로젝트(HGP:Human Genome Project)사업에서 인간유전인자 해석의 30% 이상을 담당한 바 있다.

 이들 기관의 주요 기술개발 상황을 보면 제약·화학·식품·농업 및 환경 분야에 대한 생명공학기술의 응용을 중심으로 유전자 치료, 장기이식용 동물, 유전자 변형 작물 및 식품, 인슐린 및 인터페론과 같은 신의약 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게노믹스 분야에서는 생물체 유전인자 정보를 활용한 새로운 의료진단법과 백신·약품·공정 및 재료 개발 등 포스트게노믹스사업의 추진, 유전인자 정보 활용을 위한 첨단장비의 구축, 유전인자의 역할 및 상호작용 등 기능성 연구, 단백질 특성·분자구조 및 체세포 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최근에는 복제양 돌리와 유전자 변형 심장 돼지 생산 등의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항공우주 분야에는 롤스로이스와 BAE시스템스 등 세계적인 항공 관련 기업이 있으며, 레이다·제트엔진·초음속여객기·수직이착륙 군용항공기 개발과 소형 다목적 위성 및 천문우주관측 위성 개발 등에서 세계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주요 기술개발은 첨단 항공우주 재료·센서·압축터빈 등 항공 엔진, 항공조정시스템·초대형 항공기 등 항공 구조물, 지구탐사 및 소형통신위성, 천문우주관측 등에 대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정보통신 분야는 광대역통신망·개인통신·신반도체 재료·응용센서·광전자 및 분자전자학·광섬유통신·초고주파통신·위성통신·가상현실·측정 등에 대한 연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또 첨단과학 분야가 점차 증가하는 데이터 처리 등에서 많은 도전에 직면함에 따라 대용량 데이터의 저장·전송 등 처리기술 및 고성능 컴퓨터 개발, SW 및 정보기술을 통합한 하나의 유틸리티 기반 구축이 한창이다.

 영국의 우수한 과학 기반 역량에도 영국의 과학기술계에서는 여러 가지 비판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점차 심화되는 세계 경쟁 속에서 과학기술 선진국으로서 명성과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개발 투자의 부족, 노벨상 수상 실적 저조 등에 대한 우려와 연구결과의 상용화 등을 통한 과학기술의 경제적 기여도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뒤지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 최근 미국 등으로 고급 과학기술인력이 빠져나가고 있는 것과 함께 취약한 물리 기반 산업으로 인한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에 대한 우려도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과 문제 에도 불구하고 최근 영국 과학기술 분야에 긍정적인 면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 민간부문의 투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영국의 과학 기반을 활용하기 위한 해외 연구개발 재원의 유입이 꾸준히 많아지고 있고, 외국으로의 기술 수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케임브리지대학과 미국 MIT가 협력센터를 설립하는 등 대학의 산업지원 역량 구축을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으며, 많은 벤처기업이 대학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다.

 전통과 경험을 중시하는, 냉정하고 보수적인 투명한 지성인으로 묘사되는 영국인. 그리고 ‘변화 외에 영원한 것은 없다’라는 영국 속담에서 드러나는 변화에 대한 강한 적응력, 현재의 위치와 명성에 만족하지 않고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영국 정부의 의지와 보수적이나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영국인의 기질이 결합돼 영국의 과학기술이 어떻게 진흥될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이환 주영과학관 leekim@hanmail.net>

 보수적이지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영국인의 기질은 영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강대국으로 거듭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생거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