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위기상황으로까지 몰렸던 벤처생태계에 올들어 경영위기를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재계가 벤처에 대한 재인식과 함께 벤처 재도약과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활력소 찾기에 애쓰고 있다. 벤처 재도약을 위해 애쓰는 산학연 및 단체와 기관 관계자들을 만나 이들의 벤처생태계 활성화 전략을 들어본다. 편집자
“이제는 한국형 벤처가 아니라 글로벌 벤처를 키워야 합니다. 투자나 지원 방식도 그에 걸맞게 대형화해 해외진출에 대해 지원해야 합니다.”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위치해 홍릉벤처밸리 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한국기술벤처재단의 김용환 사무총장(43)의 말이다.
그는 “그동안 벤처캐피털들이 벤처에 대해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던 만큼 올해는 벤처들이 제대로 기업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사실 그동안 한국기술벤처재단 산하의 홍릉벤처밸리는 다른 벤처보육센터나 집적단지에 비해 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우수한 기술력을 가진 벤처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느새 벤처투자회사들의 마지막 투자처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4월 이후 벤처캐피털들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전면 중단한 사태속에서도 산은캐피탈은 물론 미국·일본·홍콩 등 국내외 벤처캐피털들의 집중적 관심을 모았던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지난해초 20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을 결성했지만 모두 소진되고 늦어도 오는 2분기까지 100억원 규모의 2호 투자조합을 결성합니다. 이 또한 잘될 것으로 낙관합니다.”
지난 1년간 홍릉벤처밸리 입주벤처들의 성장을 지켜봐온 김용환 사무총장은 60여 우수벤처들의 기술력을 믿는다며 자신감을 피력한다.
재단은 투자조합자금 유치와 관련, 투자클럽 형태를 취하기로 했음에도 벌써부터 벤처캐피털로부터 독점투자 요청을 받으면서 즐거운 비명에 싸여 있다. 하지만 김 총장이 올해 가장 중점을 두는 사업 가운데 하나는 실리콘밸리 소재 유력 벤처캐피털과 함께 추진하는 1억달러 규모의 펀드 구성이다.
“벤처기업들에 100만달러 규모로 투자하는 방식은 한국형으로 바뀐 투자방식입니다. 재단은 미국 벤처캐피털과 함께 우수기업을 발굴해 500만달러에서 1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식 투자를 할 계획입니다.”
한국기술벤처재단은 이를 통해 나노기술(NT)과 생명기술(BT), 정보기술(IT)을 중심으로 한 우량 벤처기업 발굴과 글로벌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김 사무총장은 또 올해를 기존 벤처투자설명회 방식이 바뀌게 되는 첫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가 구상하는 한국기술벤처재단의 새로운 벤처펀드유치방식은 이른바 ‘신기술 설명회’다.
“재단에서 기술력있는 기업을 선별해 ‘우수기술(new tech) 설명회’를 가질 계획입니다. 벤처캐피털들을 참여시켜 투자계획을 들어달라는 수동적 투자설명회가 아니라 기업들의 우수기술 확인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반드시 와야 하는 그런 설명회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최우량 벤처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올 한해 한국벤처기술재단 운영에 관한 그의 계획은 자신감으로 가득차 보인다.
“양적 개념의 벤처육성정책은 이미 끝났습니다. 벤처기업수를 늘리는 외형화는 이미 한계에 이른 만큼 시장을 좇기보다는 시장선도그룹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