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큐리텔(대표 송문섭 http://www.curotel.com)이 도약대에 올라섰다. 퇴출위기로 내몰렸던 기업이 대규모 이동전화단말기 수출계약에 힘입어 매출 1조2000억원, 순익 700억원대 기업으로 재기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진 것이다.
이 회사가 미국 오디오복스(Audio Vox)와 체결한 코드분할다중접속(CDMA)방식 이동전화단말기 연간 500만대, 7억3000만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은 국산 단말기 단일계약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오디오복스와 협력관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향후 2, 3년간 연간 500만∼700만대씩의 추가계약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전기를 마련하다=오디오복스는 미국 CDMA단말기 시장 물동량의 20% 이상을 점유하는 유통전문회사로 올해부터 본격화될 동기식 차세대 이동통신 초기모델인 cdma2000 1x 단말기에 대한 공급망 확보에 나선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98년 이후로 CDMA단말기 공급관계를 다져온 현대큐리텔과 대형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이동통신시장은 넓은 국토와 많은 서비스 사업자로 말미암아 1개 단말기 안에 3종의 이동통신방식을 내장해야 한다. 아날로그(AMPS), 디지털 셀룰러, 개인휴대통신(PCS)을 모두 충족시키는 트라이모드 단말기를 개발해야 하기 때문에 시장진출이 까다롭다.
더구나 9·11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사건의 여파로 올해부터 ‘E911 긴급구조 무선서비스’가 이동전화단말기의 필수 부가기능으로 채택됐다. 따라서 광역측위시스템(GPS)기능이 기본조건으로 추가된 상황이다.
이같은 시장환경에 비춰 현대큐리텔의 이동전화단말기 제조기술이 선진 수준으로 올라섰음을 보여준다.
◇불씨를 지피다=현대큐리텔 재도약의 불씨는 ‘박병엽’이 지폈고, 그 불씨는 임직원들의 자신감으로 연결됐다.
현대큐리텔 임직원들은 지난해 5월 하이닉스반도체로부터 분사되는 시점부터 자력갱생의 의지를 불태웠지만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한 것이 장애였다. 수출영업에서도 해외 구매선에 신뢰를 심어주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팬택 박병엽 부회장과 KTB네트워크가 든든한 후원군으로 등장, 현대큐리텔의 새로운 역사를 펼치기 시작했다.
박 부회장은 팬택과 현대큐리텔 통합경영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중복투자를 줄이고 핵심정보를 공유해 시너지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베테랑들이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팬택과 현대큐리텔 시너지 창출의 일선에는 박정대, 이성규, 송문섭이 있다. LG정보통신 이동단말사업본부장을 지낸 박정대 사장은 팬택의 중소기업형 생산·관리·영업체계에 대기업형 질서를 불어넣고 있다. 그는 최근 현대큐리텔 이천공장을 방문, 팬택과 현대큐리텔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선발대 역할을 수행중이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 연구분야의 거두였던 이성규 사장은 팬택과 현대큐리텔 연구개발부문의 중추로서, 현대큐리텔 송문섭 사장은 폭넓은 해외 영업경험을 살려 세계시장 진출의 선봉장으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