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엘리슨(57)이 세계적 하이테크업체인 오라클을 창설한 것은 25년전인 77년. 매년 5월 일년간 실적을 결산하는 이 회사는 2001년 5월 31일 현재 4만3000명의 직원에 연 매출 100억달러를 상회하는 거인으로 성장했다. 엘리슨 자신도 개인재산이 수십억달러에나 달하는 갑부로 미국에서 네번째로 돈이 많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쇼어스에 본사를 둔 오라클은 연 800억달러의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 세계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다. 시장점유율이 34%정도인데 이어 IBM이 30% 그리고 오라클과 IBM보다 저만치 뒤에서 마이크로소프트(15%)가 따라오고 있다.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분야 최대업체인 오라클은 세계 IT경기가 태평성대를 끝내면서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엘리슨에게 이전보다 더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IT경기가 침체에 빠져들기 이전에 엘리슨은 주로 오라클의 장기전략과 미래 계획을 짜내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엘리슨은 이제 새로운 모습을 보일 태세다. “우리 앞에 놓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나는 앞으로 제품 판매 부문에 더 힘을 기울일 것이다. 앞으로 내 시간의 20%는 오로지 오라클의 제품 판매 신장에만 사용될 것”이라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사실 그의 ‘주특기’는 기술 분야이지 판매가 아니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극심한 판매 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오라클에 엘리슨이 훌륭한 ‘구원투수’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오라클은 현재 자사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 심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 우선 자사의 최대 판매원인 데이터베이스 분야에서는 IT업계 양대 거인인 IBM, 마이크로소프트와 버티고 있다. 또 기업용 애플리케이션에서는 SAP, 시벨시스템스, 피플소프트 등과 같은 전문업체들이 일합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수익성이 좋아 누구나 군침을 흘리는 애플리케이션 서버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아직 BEA시스템스와 IBM에 뒤처져있다.
오라클이 매출과 수익향상을 위해 각 분야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관계가 좋았던 업체와 어색한 관계도 연출되고 있다. 즉 이전 SAP의 고객 대부분은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했는데 최근 오라클이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SAP와의 관계에 파열음이 생겼다. 결국 SAP는 오라클의 경쟁사인 IBM과 관계를 돈독히 하면서 이전과 달리 IBM 데이터베이스 제품에 자사 제품을 묶어 판매하고 있어 오라클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30일 끝난 최근 분기 실적에서 오라클은 주당 10센트, 5억4950만달러의 수익을 냈다. 작년 동기에는 주당 11센트, 6억2280만달러를 올렸다. 이 실적은 현재의 IT 경기침체를 감안하면 나쁜 성적이 결코 아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정도 가지고는 이전처럼 투자가들이 오라클에 ‘열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학을 중퇴한 엘리슨은 비즈니스에 대한 예지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또 무엇보다 기술적 비전가로 유명하다. 요트광이기도 한 엘리슨은 사업 3년차를 맞는 ‘오라클 닷컴’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이 사업은 기업에 비즈니스 소프트웨어를 임대, 기업의 정보를 오라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는 일종의 SW 임대 사업인데 엘리슨은 오는 2005년까지 ‘오라클 닷컴’이 데이터베이스와 애플리케이션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길 바라고 있다.
최근의 잦은 오라클 경영진 교체는 엘리슨에게 ‘짐이자 영광’을 동시에 부여하고 있다. 지난 18개월간 오라클 핵심 경영인 중 4명이 오라클을 떠났는데 이에 대해 뱅크오브아메리카증권의 밥 오스트리언 애널리스트는 “핵심 경영인을 자꾸 잃는 것은 기업 경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충고하고 있다.
하지만 엘리슨은 “내부 인물로 떠난 사람의 자리를 충원했다”고 밝히며 오라클의 핵심인력 유출설을 부인하고 있다. 오히려 “앞으로 더 많은 오라클 임원이 오라클을 떠나 다른 회사의 CEO가 될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하고 있다. 실제 시벨시스템스의 CEO인 톰 시벨을 비롯, 베리타스 CEO 게리 블룸, 애스펙트커뮤니케이션 CEO 비트리즈 인펀트 등은 모두 오라클 출신이다.
인펀트는 “오라클은 위대한 경영 훈련장이다. 래리 엘리슨은 무척 똑똑하며 혹독하게, 때로는 무자비할 정도로 경영 수업을 시킨다”며 “이 때문에 오라클 내부에서 경쟁에서 살아남는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혹독한 경영 조련사 엘리슨은 이제 오라클을 전통적 소프트웨어에서 탈피, 인터넷과의 접목을 강조하는 웹서비스 업체로 변신시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또 데이터베이스 애플리케이션의 가격 체계 변동으로 인한 고객의 반감과 아직 해결되지 않은 웹기반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 슈트 ‘11i’의 버그 문제도 엘리슨의 숙제 중 하나다.<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