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생체인식기술 이야기>(5)영화VS생체인식, 산업의 적

 ‘모난 돌이 정맞는다’고 했다. ‘난공불락’이니 ‘완벽한 보안’이니 하는 구호로 눈길을 끌어모은 생체인식 기술은 ‘진짜 그럴까’하는 집요한 호기심의 표적에 단골로 오르는 처지가 됐다. 끝없는 궁금증은 때로 악의적 트집으로 이어져 끝내 ‘산업의 적’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그러나 호기심은 인류가 가진 위대한 자산이자, 과학기술의 가장 멋진 스파링 파트너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호기심과 생체인식 기술의 4라운드 혈전을 소개한다.

 ◇1라운드=‘유리병에 묻은 지문을 떠서 손가락 모형을 만든다?(미녀삼총사)’ 유리병에서 지문인식 센서를 통과할 만큼 정교한 지문을 떠내기는 쉽지 않다. 실제 경찰의 지문감식에서도 현장의 지문을 복원하는 과정에는 알루미늄 분말로 지문을 떠내는 과정부터 정교한 복원, 편집과정을 거친다. 복원한다 해도 융선과 골, 땀샘 등의 요소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또한 지문인식 센서에는 기본적으로 전류를 흘리거나 맥박, 온도를 감지하는 기능이 추가돼 있어 생체가 아닌 물질로 모형을 만들어 속이는 것을 막는다. 그러나 전문가의 지문 습득과 실리콘, 투명필름 등을 이용한 모형이 합쳐진다면…. 장담할 수는 없다.

 ◇2라운드=‘안구를 뽑아서 홍채인식 보안을 통과한다?(데몰리션맨)’ 무지막지한 방법이지만 성공 가능성이 많지는 않다. 안구를 뽑으면 시신경이 끊어져 동공이 확대되고 홍채 패턴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안구탈취 후 급속 냉동을 한다면?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홍채이미지를 찍을 때 조명에 의해 동공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면 막을 수 있다.

 ◇3라운드=‘가면을 써서 얼굴인식 보안을 농락한다?’ 평면가면인 경우 굴곡이 달라지기 때문에 인증이 불가능하다. 입체가면이라면 어떨까. 역시 쉽지는 않지만 피부의 색깔, 눈·코·입의 정확한 거리, 굴곡 등을 정밀하게 복사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4라운드=‘음성인식? 녹음기를 쓰면 되잖아.(스니커즈)’ 천만의 말씀이다. 인증때마다 다른 단어를 요구하면 간단히 해결이 가능하다.

 호기심의 연타가 숨돌릴 틈 없이 쏟아졌지만 방어가 주특기인 생체인식 기술의 버티기도 만만치 않다. 생체인식 기술은 호기심 덕분에 이름도 널리 알리고 방어의 비책도 쌓아가는 재미가 있지만 불만이 없을리 없다. 한 연구원은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사업상담차 와서는 여러가지 경우를 들며 의심만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다가 몇몇 한계를 발견하면 ‘사기’라는 식으로 반응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한다. 이른바 ‘산업의 적’이라는 것.

 그러나 애시당초 하나의 기술을 대하면서 100%를 언급하는 것부터가 불행의 씨앗이다. 100%가 아니더라도 생체인식 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 보안을 높이고 편리한 사용을 제공할 방법은 수없이 많다. 패스워드 등 기존의 보안방편이 한계를 맞게 됐고 보안레벨이나 편리성으로 미루어 그 대안으로 현재 가장 돋보이는 게 생체인식 기술이라는 점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요한 관심을 안겨준 ‘완벽보안’ ‘난공불락’ 칭호가 생체인식 업체에는 양날의 칼이다. 아무도 뚫을 수 없는 방패란 ‘모순(矛盾)’의 일화에나 등장하는 얘기고 진정한 ‘산업의 적’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