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날은 마음이라도 좀 편하게 고향에 다녀올 것 같습니다.”
주요 공단지역 제조업체들의 올해 설맞이 분위기가 썰렁하기 그지 없던 지난해 구정보다 조금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이 전국 25개 공단의 2000여 제조업체를 설문조사한 결과 이번 설에 상여금을 지급하는 회사(77.1%)와 월급의 절반 이상을 보너스로 지급하는 업체 (60.3%)비율이 전년에 비해 1%씩 늘어났다. 또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업체 비율(23.7%)은 작년보다 0.8% 감소해 근로자들의 설날 월급봉투가 지난해보다 조금 두툼해진 것으로 조사됐다.
아직 회사금고에 현금은 넉넉지 않지만 앞으로 경제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심리 때문일까.
기업체들의 씀씀이가 회복되기 시작한 것이다.
수원공단에 위치한 전자부품업체 필코전자(대표 조종대)는 올해 설날에 거의 쉬지 못한다.
100여명이 근무하는 이 회사 필름커패시터 생산라인은 최근 쏟아지는 주문덕에 설날 하루만 쉬고 나머지는 종일가동할 계획이다. 필코전자의 최용석 이사는 “지난해 추석만 해도 일거리가 없어 직원들을 며칠 더 쉬게 하는 등 사정이 어려웠다”면서 명절에 편히 쉬진 못해도 일감이 넘치니 마음은 편하다고 말했다.
삼성코닝(대표 송용로) 수원과 구미 공장의 브라운관유리 17개 생산라인과 ITO코팅유리 등 핵심 공정의 1000여명 직원은 이번 설 연휴에 쉬지 않는다.
수요가 꾸준히 늘어나는데다 재고 소진으로 고객의 물량 요구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4일간의 연휴 기간 생산하는 제품의 95%는 수출돼 액수만 557만달러에 이른다.
이 회사 수원 용해기술팀의 박윤순 과장은 “연휴에도 현장을 지켜 다른 동료가 쉴 수 있으며 수출에 보탬이 된다는 생각에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성남지역의 커패시터업체 삼영전자(대표 변동준)와 휴대폰부품을 생산하는 쎄라텍(대표 안병주), 삼화전기(대표 서갑수)도 생산주문이 밀려 올해는 쉬는 일정을 1∼2일씩 줄이는 ‘빠듯한 연휴’를 맞는다.
삼화전기의 한 근로자는 “아직 경기침체 여파로 특별 성과급은 없지만 회사경영이 우려할 단계는 지났기 때문에 고향 다녀오는 길이 한결 가벼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금씩 경기가 되살아는 조짐은 전국 공단가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되고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의 한 관계자는 설날 회사측이 마련해준 단체버스나 열차로 귀향하는 근로자 비율이 지난해 18%에서 올해는 7%로 급감했다며 흥미로운 해석을 덧붙였다.
“결국 많은 근로자들이 귀향편으로 자가용을 선택했다는 뜻인데 이는 제조업 경기가 작년보단 좋아졌음을 나타내는 뚜렷한 지표로 해석됩니다.”
겨울답지 않게 포근한 날씨처럼 전국 공단지역의 설맞이도 불황의 그늘에서 점차 풀려나는 분위기가 완연하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