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치러질 2001학년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원장 홍창선) 학위수여식에서 국내 대학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여성 기계공학 박사가 배출될 예정이어서 화제다.
해외에서도 보기 드문 화제의 주인공은 충남 서산이 고향인 이창희씨(28). 이씨는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인용하며 “누군가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 닫혀져 있는 문을 열어봐야 한다는 신념으로 기계공학을 전공하게 됐다”고 KAIST 입학동기를 설명했다.
“주위가 모두 남학생들 천지라서 미팅이나 MT 같은 데서 빠져도 당연시되는 것이 서운하긴 했습니다만 그건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따름입니다. 대학원에서는 주변의 인식도 많이 달라져 있었고 그런 대로 조화를 이루며 생활했습니다.”
대학원에서 이씨가 선택한 세부전공은 금속의 소성특성을 이용한 금속 성형공정을 연구하는 ‘컴퓨터 원용 정형가공’이다.
“대학원 초기엔 프로젝트나 회사관계자가 실험실을 찾아오면 으레 여사무원 정도로 치부하는 사람부터 의외라는 눈초리를 보내는 사람까지 힘든 상황이 많았지만 지금은 며칠씩 출장 다녀도 어색하지 않고 업체분들과 상의드리는 것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박사과정을 졸업하며 이씨는 ‘알루미늄 압출 공정에서의 변형 이방성 예측에 대한 연구’라는 책도 만들어 냈다. 91년 KAIST에 입학해서 지난 11년간 기계공학과와 컴퓨터 원용 정형가공 연구실에서 배우고 겪었던 일들을 한올한올 비단을 짜듯 소중하게 담아냈다.
이씨는 “기계공학이야말로 수많은 공학 분야로 나아가기 위한 기초이자 가장 근본적인 분야”라며 “지금까지의 사회 통념상 ‘여성 기계공학자’에 대해 이상하게 바라보는 편견은 깨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전과학고를 나온 이씨는 졸업후 기계공학과에서 박사후과정(Post-Doc)으로 근무할 예정이며 올해 열리는 한·일 월드컵 자원봉사자로도 활동할 계획이다.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