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 입문 11년만에 사장 직함을 달았다는 기쁨도 크지만 케이블TV 업계 최초 여성 CEO라는 타이틀 때문에 느끼는 책임감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답지 않게 여전히 앳된 소녀의 미소를 간직하고 있는 이문행(38) MGM-스펙트럼디브이디 초대 사장은 “아직 CEO라는 직책이 얼떨떨하기만 하다”는 말로 취임 소감을 대신했다.
지난해 말 미 최대 영화 제작사인 MGM과 국내 중견 DVD 업체인 스펙트럼디브이디가 합작해 설립한 ‘MGM-스펙트럼디브이디’의 ‘MGM’은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방송계에서는 ‘꽤 유명한’ 영화 채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외국 파트너 물색부터 전격적인 합작 발표, 위성방송 채널로 추가 선정되기까지 남들은 최소 1∼2년 이상 공 들여야 할 일을 석달도 채 안 걸려 매듭지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틱한 성공 사례를 이끌어낸 주인공이 이 사장임은 말할 것도 없다. 비록 CEO로서는 첫 걸음을 내딛지만 그녀는 제일기획 큐채널 시절부터 지난해 m.net에 몸담을 때까지 ‘국 프로그램 수급’ 부문에서만 10년을 내다보는 베테랑이다.
깐깐하고 콧대높은 MGM과 미국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스펙트럼디브이디의 인연을 맺게 한 것도 이런 그녀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MGM과 스펙트럼디브이디의 연결고리 역할에 충실했던 이 사장이지만 최근에는 일단 CEO의 역할을 맡은 이상 신생 영화 채널인 MGM을 내실있게 가꾸고 싶은 욕심도 생겼다.
이 사장은 “최근 위성방송과 케이블TV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프로그램공급업자(PP)들이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고 있지만 결국은 우수한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며 “연내 MGM측의 33% 투자를 포함해 총 4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머지 않은 장래에 음악 채널을 추가로 개국할 계획도 갖고 있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채널 사업이 순조롭다면 3년내 코스닥 등록도 생각하고 있다.
일 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하지만 사실 이 사장은 대기만성형에 가깝다. ‘원하는 일은 언젠가 이루어지고 뭐든 일에는 대가가 있다’는 그녀의 좌우명처럼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했던 박사 학위 논문을 7년만에 완성했고 그런 자세로 MGM을 운영하고자 했다.
“방송 전문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았다고 해서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진득하게 지켜보는 CEO가 되고 싶다”는 이 사장은 “그동안 여성 CEO의 불모지였던 방송계에도 참신하고 섬세한 여성 인력들이 많이 등장하기를 기대한다”며 활짝 웃었다. <글=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사진=이상학기자 lees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