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팅 사이트가 스님의 디지털 설법 공간이 되고 있다. 또 가출 청소년이나 미아를 찾는 열린 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채팅사이트가 ‘불륜과 범죄의 온상’이라는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고 갖가지 미담을 만들어내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영상채팅 사이트 오마이러브(http://www.ohmylove.co.kr)에는 경기도 광릉 부근 암자에 기거하는 스님이 그동안 연을 맺어온 신도들을 대상으로 매일 밤 설법을 한다. 물론 스님이나 신도들이 만나는 장소는 이 사이트의 영상채팅방이다. 이 스님의 설법은 지난해 여름 스님이 거주하는 암자에까지 초고속통신망이 깔린 것을 계기로 한 신도가 제안하여 이루어졌다.
“새벽 공양을 해야하는 스님의 잠을 설치게 하는 것이 죄송스럽기는 하지만 직접 스님의 얼굴을 보며 설법을 들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제가 요즘 잠을 못잡니다. 허허, 그래도 이렇게라도 저를 찾는 분들과 만날 수 있어 좋습니다.”
오마이러브 관계자는 “영상채팅이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다 전화비도 아낄 수 있어 모두들 만족해 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해외교포들 가운데 채팅을 통해 목사님들과 만나는 사례가 늘어나는 등 영상채팅이 사이버 종교 모임의 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전한다.
채팅사이트를 통해 가출 청소년을 찾는 사례도 있다. 또래들과 채팅을 즐기는 청소년회원들이 많은 다모임(http://www.damoim.net)과 스카이러브(http://www.skylove.com)가 대표적인 경우다. 실례로 지난해 겨울 집을 나와 PC방을 전전하던 ㄱ양의 부모는 평소 딸이 스카이러브에서 친구들과 채팅을 자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스카이러브측에 도움을 요청하여 채팅방에서 ㄱ양을 만날 수 있었다.
또 최근 강원도 동해시에 사는 ㄱ씨는 연인인 ㅈ씨가 오랜 투병생활에 대한 회의와 절망감에 휩싸여 잠적해 버리자 ㅈ씨가 평소 즐기던 오마이러브측의 도움으로 경찰과 함께 ㅈ씨를 만나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