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닌텐도·마이크로소프트 등이 올 상반기 중 플레이스테이션2·게임큐브·X박스 등 각사의 고성능 비디오 게임기를 국내에 잇따라 출시키로 함에 따라 가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 비디오 게임기는 단순한 게임기를 넘어 DVD타이틀 재생 기능과 5.1채널 입체음향 출력 및 HD급 화질 등을 제공하고 있어 기능상으로만 봤을 때 DVD플레이어 시장을 넘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는 22일 출시를 앞두고 예약판매에 들어간 소니 플레이스테이션2는 멀티앵글, 복수 오디오 및 자막, 시청자 레벨 제한, 돌비디지털(AC-3), 5.1채널 출력 기능을 지원할 뿐 아니라 각종 AV기기와 연결하는 콤퍼지트 단자와 S-VHS 출력 및 RGB 출력 등까지 제공하는 등 일반 DVD플레이어에 버금가는 기능을 제공한다. 국내 출시되는 제품은 NTSC방식에 지역코드 3번을 지원한다.
올 5월 국내에 선보일 닌텐도의 게임큐브는 DVD재생 기능은 없지만 고해상도 그래픽 칩세트로 유명한 ATI사의 칩을 채택해 HDTV에 준하는 1920×1080급 해상도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앰프와 스피커 등 AV기기와 연결시 실감나는 디지털 영상을 제공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는 6월경 국내에 선보일 X박스도 돌비디지털 5.1채널과 별도 어댑터를 통한 DVD재생 기능을 제공하는 등 DVD플레이어에 준하는 성능을 자랑하고 있다.
이에따라 일부에서는 이들 고성능 게임기를 게임기능이 있는 DVD플레이어로 보고 구매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예측하고 있다.
게임기에 내장된 DVD기능이 최고급 제품에는 못미치지만 특히 가정에 초중고생이 있는 경우 게임기로 쓰면서 DVD플레이어로도 사용한다면 일석이조라는 견해다.
플레이스테이션2 국내 판매법인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 대표 윤여을)의 방상호 부장은 “일본에서 이 제품 출시후 미국 영화 매트릭스의 DVD타이틀이 200만장이나 팔려나간 것을 볼 때 DVD플레이어 등 홈시어터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엄청날 것으로 본다”며 “단순한 DVD플레이어보다 기능 면에서 경쟁력 월등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국내영업 관계자도 “미국 시장에서는 영향이 전혀 없었지만 일본 시장에서는 시장을 적지 않게 잠식했다”면서 “한국 DVD플레이어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자전문 양판점인 하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플레이스테이션2 보급에 따라 DVD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가 높아짐으로써 DVD시장의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며 “이 때문에 플레이스테이션2 판매를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일부에서는 플레이스테이션2가 일반 DVD플레이어에 비해 화질이 떨어지는 데다 프로그레시브 스캔과 DTS 등 고급 기능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홈시어터용 DVD플레이어로 구매할 이들은 극히 적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2 구매층이 비디오 게임 마니아에 국한될 것이라는 견해다.
일부에서는 가격을 문제삼는다. DVD플레이어 유통업계 관계자는 “플레이스테이션2의 경우 국내 출시예정가는 일본 출시 가격보다 6만원 정도 비싼 35만8000원”이라면서 “현재 DVD플레이어 단품의 경우 20만원대에도 구입할 수 있으므로 아무리 게임기로 활용한다 할지라도 가격저항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