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주요 국가의 휴대폰 보급률은 50∼70%에 달한다. 미성년자를 제외한 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하면 그 비율은 100%에 육박한다. 통신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앞으로 성장에 한계를 느끼고 있던 EU 지역 이통 업체들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바로 간단한 문자를 주고받을 수 있는 단문메시징서비스(SMS)다.
독일 최대 이동통신 회사인 만네스만모바일펑크의 경우, 최근 간편한 메모를 전하는 SMS 수수료 수입이 전체의 15∼20% 선을 유지하고 있다. 유럽 통신 업체들은 오는 2005년을 전후해 SMS를 비롯한 데이터 통신분야에서 전체 수입의 50% 이상을 벌어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전문가들은 SMS가 게임 및 디지털 사진 등과 결합하면 더욱 가공할 만한 달러박스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컨설팅 회사인 포레스터리서치(http://www.forrester.com)와 공동 기획하는 ‘EC커런트’ 이번 주 주제는 ‘휴대폰과 게임의 결합’이다. 편집자
인터넷의 보급이 느린 유럽연합(EU)에서는 휴대폰이 가장 중요한 통신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EU 지역 어느 곳을 가더라도 휴대폰을 꺼내들고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문자메시지 및 게임에 몰두해 있는 사람을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특히 단문메시징서비스(SMS)는 전 세계 휴대폰 가입자들이 한달 동안 약 180억 통을 주고받는데 그 중에 약 160억통이 유럽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SMS는 또 앞으로 급속한 기술발전으로 게임과 디지털 사진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매개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휴대폰 천국인 EU 지역에서 휴대폰 가입자를 사로잡는 모바일 게임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포레스터리서치는 현재 500여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는 유럽의 게임 인구가 앞으로 매년 2, 3배씩 늘어나 오는 2005년 1억3000여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EU 전체 휴대폰 인구(2억9700만명)의 약 45%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표참조
이쯤되면 모바일 게임은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을 형성할 것이 분명하다. 최근 영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빅 브라더’을 주제로 한 모바일 게임이 선보이자마자 6만명의 가입자가 회원으로 등록하고 이들이 5주일 동안 무려 600만건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또 ‘백만장자’라는 TV퀴즈쇼도 SMS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을 동시에 진행한 결과, 퀴즈쇼가 나가는 불과 몇 시간 동안에 200만회의 페이지뷰를 기록했다.
영국 지니(http://www.genie.co.uk)와 비자비(http://www.vizzavi.com) 등 모바일 포털사이트에서도 게임은 최고 인기를 끄는 콘텐츠로 속속 자리잡고 있다. 또 피코펀(http://www.picofun.com)과 라이어트(http://www.riot-e.com) 등 게임 개발 업체들은 최근 휴대폰 사용자들의 관심을 붙들어맬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맥도널드, 심지어 워너 브러더스 등 세계적인 기업의 홍보 담당자들도 최근 게임을 통해 회사의 얼굴을 널리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모바일 게이머들의 주요 특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초기 모바일 게이머들은 첨단 정보기술(IT)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SMS 사용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올해 SMS 게이머 숫자가 1000만 명을 돌파하는 여세를 몰아 오는 2005년 약 7000만명까지 수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초기 모바일 게이머들은 대부분 나이가 젊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는 2005년까지 35세 이하의 젊은 게이머들이 전체의 약 84%를 기록해 압도적인 다수를 형성할 전망이다. 이들을 주고객으로 하는 회사가 모바일 게임의 주요 캐릭터에 회사 로고나 상품을 등장시키면 홍보효과는 짧은 시간 동안에 시청자들에게 노출되는 광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실제로 독일의 자동차 회사 포르쉐는 90년대 중반부터 자사 스포츠카가 등장하는 게임(포르쉐 챌린지)을 내놓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최근 이 회사는 일본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개발했던 포르쉐 챌린지를 휴대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전환하기 위해 게임 업체들에 거액의 게임 개발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최근 휴대폰 단말기의 기능과 성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고 있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 2.5세대(G) GPRS 이동 통신망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가면서 간단한 게임은 물론 24시간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이 봇물 터지듯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에릭슨이 지난 3분기에 유럽 최초로 컬러 화면에, 게임을 할 수 있는 조작키(스틱)까지 장착한 휴대폰(모델명 T-68)을 선보인 후 노키아와 지멘스 등도 최근 잇따라 이와 비슷한 성능의 2.5G 단말기를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1, 2년 동안 SMS 게이머들은 주로 GPRS 휴대폰을 통해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오는 2004년을 전후해 이동통신 환경이 멀티미디어 통신을 할 수 있는 3G로 바뀌면 모바일 게임의 인기도 덩달아 치솟을 것이 분명하다.
최근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 콘텐츠 업체 N게임(http://www.ngame.com) 부사장 알렉스 그린은 이와 관련, “최근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멀티미디어 통신 기술이 모바일 게임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모바일 게임의 미래가 온통 장밋빛으로만 가득차 있는 것은 아니다. 게임관련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도 이통 서비스 및 휴대폰 업체들이 모바일 게임의 표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포레스터리서치는 판단하고 있다.
지금처럼 이통 서비스 업체들마다 게임을 제공하는 플랫폼과 과금 체계가 다른 상황에서는 다양한 게임이 개발되기 어렵다. 여러 명의 게이머들이 동시에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휴대폰 업체들간에도 단말기의 화면 크기와 운용체제를 통일하는 등 공조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최근 전 세계 시장의 약 절반을 공급하고 있는 노키아를 비롯해 모토로라, 에릭슨 등 휴대폰 메이저 3사가 휴대폰으로 게임과 인스턴트 메시지(IM)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국제 규격을 마련키로 한 것도 바로 이러한 필요에 따른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이통 서비스 업체들이 모바일 게임의 수입 중 일정 비율을 게임업체들에 나눠주는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것도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일본의 NTT도코모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데이터 통신으로 올리는 수입 중에 상당 부분을 게임 등 콘텐츠 제공업체들에 나눠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럽에서는 보다폰 등 대형 서비스 업체들보다 큐암과 벤 등 중·소형 이통 업체들이 콘텐츠 업체들과 협력하는 데 더욱 적극적이다.
마지막으로 모바일 게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문제를 살펴보자. 포레스터리서치는 주요 고객층의 나이 및 제품 가격 등 10개 항목을 평가해 모바일 게임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방안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그림참조
여기에서 30점 이상을 획득한 회사는 지금 바로 피코펀 등 게임 개발 업체를 찾아가 모바일 게임 등을 통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제 3세대(G) 이통 장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에릭슨을 비롯해 세계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고 있는 코카콜라 등이 이에 해당된다. 이들은 현재 SMS 게임만으로도 충분한 홍보효과를 볼 수 있다.
이어 25∼30점을 획득한 자동차 회사 폴크스 바겐 등은 앞으로 GPRS 휴대폰용 게임이 다양하게 출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이들 제품은 현재 SMS 기술을 이용한 게임으로는 마케팅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앞으로 1∼2년 뒤 GPRS 휴대폰 사용이 보편화되고 이를 지원하는 게임이 풍부하게 나오면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포레스터는 판단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세계적인 제약 회사인 바이에르 등은 브랜드 인지도에서 최고 점수(5)를 받았지만 모바일 마케팅 이해도 등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아 총점이 20점에 그쳤다. 이러한 업체들에는 모바일 게임이 마케팅 활동을 벌이는데 적합한 매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모바일 게임 마케팅 자가 진단표
1)주 고객 층 나이 40세 이상(1점) 40세 이하(5점)
2)제품가격 1000파운드 이상(1점) 25파운드 이하(5점)
3)협력업체 유무(포털·이통 서비스) 하나도 없다(1점) 둘 다 있다(5점)
4)제품구입 후 인도 때까지 걸리는 시간 수 주(1점) 즉시(5점)
5)브랜드인지도 저(1점) 고(5점)
6)마케팅 전략개발의 주체 회사내부 외부 전문업체
7)주고객층 특징 일반 대중 틈새 시장
8)(마케팅 활동에서)모바일 게임 의존도 높다 낮다
9)모바일 마케팅 이해도 낮다 높다
10)스포츠 및 연예 프로그램 후원여부 없다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