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술력이나 사업성이 우수한 벤처기업을 적극 발굴, 육성하기 위해 벤처 기술평가 모델을 마련, 오늘 3월부터 적용하겠다고 한다.
이번 정책은 벤처의 투명성과 건전성이 역사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대체적으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될 것 같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섞인 시선을 감추지 못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평가모델 신설로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어렵게 되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또 거시적인 측면에서 보면 벤처기업을 정부가 지속적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데 대해서도 못마땅해하는 측도 있다. 무늬만 벤처인 일부 기업가의 도덕성 타락은 차치하고라도 기껏 지원해 보았자 그 중에서 극히 일부분밖에 성공하지 못하는 벤처를 정부가 우리 경제의 한 중심축으로 삼는 이유가 뭐냐는 논리다.
정부의 기술평가 모델이 하나의 행정규제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섞인 시각을 보내는 사람 또한 더러 있다.
이같은 점을 보면 차라리 벤처는 그것이 잘되든 못되든간에 시장의 기능에 맡겨두는 것이 나을 것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분명 우리도 언젠가는 미국처럼 벤처를 시장기능에 맡겨둘 때가 오기는 할 것이다.
그렇지만 첨단기술이나 산업의 흐름은 급변하는 반면 벤처가 자생하는 데는 시일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우리의 정보기술(IT)을 포함한 몇몇 첨단 기술 수준은 선진국과 겨뤄도 손색이 없는 분야가 적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자금수혈로 벤처가 활성화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또 우리는 부존자원이 한정되고 최근들어 유휴인력은 넘치는 반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이를 제대로 소화해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벤처가 하나의 일자리 창출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정부의 벤처 기술평가 모델이 양에서 질로 전환하는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쳐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거나 또 펀딩을 통한 재테크에만 관심이 있는 벤처를 걸러내기만 해도 벤처시장의 투명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것은 한편으로 일부였겠지만 부처간 중복투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
평가모델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효율적이고 시대에 뒤지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다. 다양하고 세분화될 수밖에 없는 기술과 사업전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지 못한다면 벤처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는 역시 제대로 될 리가 없다. 평가모델의 성공 여부는 평가기관이 기술 전망이나 사업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평가모델 개발이나 운영에 매우 많은 사람들이 매달리게 된다면 그것은 또 사회적으로 많은 비용을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