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기술 등 어닝시즌마다 지분법 평가손실로 고전했던 인터넷업체들이 투자회사의 손실을 2001년 재무제표에 한꺼번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적자 자회사를 거느린 정보기술(IT)업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최근 ‘벤처연방제’의 메디슨 부도 등으로 IT업체들이 코스닥시장 등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무리하게 자회사를 설립,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켰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들 업체의 재무제표 ‘클린화’ 작업은 긍정적인 노력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몇년에 걸쳐 나눠 반영해야 할 지분법 평가손실을 당해연도에 한꺼번에 반영함에 따라 이들의 단기적인 실적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어떻게 반영하나=A라는 기업이 B라는 회사에 액면가 5000원에 100억원(장부가)을 출자하고 B기업에 대해 100%의 지분을 확보한 후 액면가의 10배로 1000억원을 증자해 자본금 1100억원(A기업의 B기업 지분율 50%)의 자회사를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이 상황에서 지난해 B기업이 300억원의 적자를 낼 경우 A기업의 지분법 평가손실은 장부가 100억원을 초과한 150억원에 이르게 된다. A기업이 이를 지난해 재무제표에 한꺼번에 반영하면 장부가인 100억원만 평가손으로 계상되고 초과평가손은 반영되지 않는다. 또 지분법 평가손실을 모두 재무제표에 반영함으로써 올해부터는 출자회사의 사업손실이 발생해도 영향을 받지 않게 된다. 물론 이 경우 감사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수익내는 기업 만들자=지난해 IT 경기위축으로 실적이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부실을 2001회계연도에 한꺼번에 반영하려는 것은 올해부터는 지분법 평가손실의 부담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자구책이다. 지난해 실적을 양호하게 만들기 위해 지분법 평가손실을 여러 해로 나눠 재무제표에 반영할 경우 상당기간 자회사들의 실적부진을 떠안고 가야 한다는 부담을 떨쳐낼 수 없기 때문이다.
새롬기술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올해 수익모델 확보를 통해 인터넷 대표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자회사의 부실 부담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했다. 한글과컴퓨터의 경우는 영업이익 흑자에도 불구하고 지분법 평가손실 때문에 적자기업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더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회사 부실 얼마나 되나=새롬기술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다이얼패드커뮤니케이션즈(마이너스 125억원), 에스티아이(48억원), 새롬벤처스(마이너스 5억원), 타운넷(마이너스 5억원), 새롬전자(마이너스 23억원) 등 5개 자회사에 대한 지분법 평가손실이 116억원에 달했다. 이는 새롬기술의 상반기 총매출액 163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한글과컴퓨터는 2001년 3분기 현재 지분법 평가손실 규모가 105억원으로 자회사 장부가(205억원)의 절반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4분기 IT경기가 어려웠던 점을 감안하면 한글과컴퓨터의 손실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다음커뮤니케이션도 다음금융서비스 등 9개 자회사의 부실에 따른 지난해 지분법 평가손실이 80억∼1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2000년도에도 다음커뮤니케이션(마이너스 49억원), 새롬기술(마이너스 195억원), 한글과컴퓨터(마이너스 87억원) 등 이들 3사는 막대한 지분법 평가손실로 수익모델 부재와 함께 적자기업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썼다.
◇당장의 수익악화 파장 우려=증권가도 이들 업체의 부실털기 노력을 반기는 분위기다. 코스닥시장의 동력이었던 인터넷 3인방이 부실요인을 없애고 수익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경우 증시의 분위기가 호전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3사가 지분법 평가손실을 지난해 실적에 모두 반영할 경우 단기적으로 증시에 ‘실적악화’ 충격을 가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LG투자증권에 따르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해 영업이익 흑자에도 불구하고 지분법 평가손실을 모두 반영할 경우 200억원 안팎의 순손실을 기록할 전망이다. 새롬기술과 한글과컴퓨터도 수백억원대의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왕상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업체들의 부실털기 노력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시장은 단기적으로 실적악화 충격에 휩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