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재료업체의 주가 재편에 대비하라.’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의 주가는 거래소시장의 신성이엔지·케이씨텍·디아이·미래산업 등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교보증권의 조사 따르면 거래소시장의 이들 반도체 장비 4개사의 주가는 올들어 평균 49.9%나 상승, 코스닥 장비·재료업체 30개사의 주가 평균 12.9% 에 비해 큰폭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런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의 차별화된 주가 움직임은 반도체 경기회복으로 인한 실적호전에 대한 기대가 구체적으로 반영된 게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적과 향후 전망으로 주가 차별화가 나타났다기보다는 수급상의 논리로 중견 거래소 종목에 매기가 몰렸다는 얘기다. 지난해 실적에서도 거래소 장비업체들의 실적은 코스닥 등록기업들보다 더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표참조
따라서 전문가들은 지난해 실적과 올해 전망을 통한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의 주가 차별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은 전반적 부진=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지난해 실적은 반도체경기침체와 반도체 제조업체의 설비투자 감소로 대부분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한화증권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부문 설비투자 규모는 지난 2000년 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3조8000억원으로 36%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승진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후공정 장비업체인 동양반도체·이오테크닉스·미래산업 등과 주변장비업체인 유니셈·코삼·아토의 실적 둔화가 두드러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대적으로 테스텍·실리콘테크 등 테스트 관련 장비업체가 영업에서 선방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주가 기대감 높지만 실적호전은 글쎄=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반도체 장비·재료업체들의 주가가 반도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며 고평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주가가 동반 상승할 가능성은 높지만 실적호전 여부는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올해 실적호전을 크게 기대하는 것과는 달리 데이터퀘스트는 올해 반도체 장비시장이 1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도 올해 반도체 장비시장이 지난해보다 3%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LCD장비 기대 높아=전문가들이 가장 회복이 빠를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는 역시 LCD장비쪽.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의 조기투자 수혜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한화증권은 지난해 전체 매출이 87억원인 오성엘에스티가 올해 1분기에만 50억∼70억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등 LCD라인 투자확충에 따른 가장 큰 수혜가 가능한 기업으로 꼽았다. LCD세정장비 매출 증가로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는 케이씨텍도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혔다.
정창원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D램 가격상승 등 반도체시장의 회복 조짐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투자 규모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하지만 모든 업체의 수혜는 어렵고 향후 수익전망에 따른 주가 차별화가 재차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