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체들이 설연휴를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주총 시즌’을 맞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23일 아이즈비전을 시작으로 27일 한국컴퓨터, 28일 삼성전자·삼성SDI·에스원·한국트로닉스 등 IT업체들이 주총을 열고 본격적인 주총시즌에 돌입한다. 대다수 업체들이 3월 중순 이후 주총을 계획하고 있어 다음달 15∼25일 동안 주총이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올해 주총은 어느 해보다 실적을 두고 경영진과 주주간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지난해 IT 경기위축으로 상당수 IT업체들의 실적부진이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 이상의 실적으로 주가상승을 이끌어낸 IT업체들은 투자자 중시 경영으로 더욱 돋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지난해 실적개선으로 올해 주총을 무난하게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과 KT는 배당률을 전년대비 각각 27%, 20% 늘어난 690원과 720원으로 올린 상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실적부진보다 올해 반도체 경기회복에 따른 실적개선 기대감으로 무난하게 주총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전년대비 3.03%포인트 높은 2000원의 배당을 실시키로 결의했다.
IT업체들이 지난해 경기위축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배당률을 높이는 것은 주주를 중시하는 경영마인드가 확산되고 있는데다 사업확장 및 신규투자를 자제함으로써 그만큼 기업의 현금흐름이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인터넷·소프트웨어·시스템통합(SI) 등 지난해 실적이 크게 부실했던 IT업체들의 경영진은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주주들 때문에 진땀을 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증권업협회 등록 규정개정 이후 자본 전액잠식, 감사의견 부적정, 의견거절 및 감사범위제한 한정의견 등은 즉시 등록취소사유가 되기 때문에 이번 12월 결산법인들의 주총결과를 자세히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 선임문제도 관심거리다. 코스닥등록 벤처기업들은 지난해 개정된 증권거래법에 따라 이사 총수의 25% 이상을 의무적으로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하지만 사외이사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최근 사외이사의 책임경영이 강조되면서 사외이사로 나서려는 인사들이 줄어들고 있다.
코스닥 IT업체들은 개인주주의 비율이 높은 만큼 올해에도 주주들의 주가관리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
개별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최근 이천전기에 대한 출자 및 삼성종합화학 주식의 저가 매각으로 법원으로부터 전·현직 경영진이 손해배상 판결을 받음에 따라 경영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것인지 공방을 벌일 전망이다. SK텔레콤도 참여연대가 “계열사간 불공정거래를 추궁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주총이 달갑지만은 않다. KT는 민영화 방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전망이며 LG전자도 기업분할후 지배구조에 관한 질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올들어 IT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주가하락폭도 지난 2000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전반적으로 ’조용한’ 주총을 보낼 것이란 게 업계 안팎의 시각이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