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러지간 메모리사업 매각협상이 인피니온의 끼어들기로 혼전에 빠진 가운데 협상 주체 및 이해 당사자들간 이해득실 따지기가 본격화됐다.
매각을 통해 조기 채권 회수를 노렸던 하이닉스 채권단은 마이크론과 인피니온 사이에서 매각 금액을 놓고 본격적인 저울질을 시작했고 채무 때문에 숨죽여왔던 하이닉스는 D램 가격 인상에 힘입어 독자생존의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하이닉스와의 협상으로 D램 가격 및 주가 상승의 수혜를 입은 마이크론은 시간끌기를 통해 시장다지기에 나섰고 뒤늦게 발을 담근 인피니온은 마이크론의 뒷덜미를 잡고 공생을 외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주체들간 득실 따지기에 이번 협상이 당초 예상보다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인피니온 뭘 바라나=지난 주말 실무 협상을 마치고 돌아간 인피니온 협상단은 이르면 이번주에 1차 제안서를 보내올 예정이다. 독일 현지 언론인 한스블라트는 12일(현지시각)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인피니온이 하이닉스와 메모리 및 통신용 칩에 대한 전략적 제휴 및 합작 등을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이 언론은 인피니온이 하이닉스 인수대금을 마련했다는 설에 대해 확인해주지 않았으나 협상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한스블라트는 인피니온이 하이닉스와의 제휴를 통해 D램 시장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원가회복 등을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의 협상이 타결되면 인피니온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만큼 이번 협상에 방해를 놓고 싶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그러나 1, 2위만 살아남는 메모리시장 특성상 업계 4위에서 퇴출위기에 놓인 인피니온으로서는 하이닉스를 통해 어떻게든 공생의 가능성을 찾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마이크론보다 좋은 조건을 내놓아 협상을 새롭게 이끌어 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마이크론 왜 버티나=곧 타결될 것 같았던 마이크론과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결말이 나지 않고 시간끌기 국면으로 전환된 것은 하이닉스측의 의도가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매각금액을 둘러싸고 양측의 의견이 상당수 접근했으나 주식산정시점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 로이터 등 현지 언론은 하이닉스가 매각대금을 유진공장 부채를 포함해 40억달러대 이상으로 높이면서 마이크론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와의 협상이 여전히 달콤한 사탕임에는 틀림없다. 지난 10월만 해도 15달러대에 근접하던 주가가 38달러대(12일 종가기준)로 2배 이상 뛰어올랐고 현물가 및 고정거래가 인상뿐만 아니라 D램 시장에서의 주도권도 쥐었다.
이 때문에 마이크론은 당분간 시간끌기를 통해 이득을 더 챙길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닉스와 채권단의 동상이몽=당초 채권단과 마이크론에 끌려다니던 하이닉스는 D램 가격 상승으로 수익구조가 급개선되고 인피니온이 등장하자 독자생존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인피니온과의 협상에 채권단보다 하이닉스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채권단은 인피니온을 여전히 마이크론 압박용 카드로 보고 있는 입장이다. 조기 결말을 위해서는 공들여온 마이크론이 더 쉽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채권단 일각에서는 더 좋은 조건만 내건다면 인피니온도 대안이 될 수 있으니 좀더 두고보자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하이닉스 주요 생산라인을 40억달러에도 못미치게 매각한다면 ‘헐값매각’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내심 갖고 있다.
결국 하이닉스와 채권단은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을 놓고 최대한 저울질을 한 뒤 또 서로 머리를 맞대고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최종 타결까지는 결코 쉽지 않은 여정을 거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