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제조업체들이 데스크톱용 CPU를 노트북에 탑재하는 사례가 국내에서 확산되면서 이를 두고 PC업체와 CPU 공급업체들간에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KDS와 현대멀티캡 등 후발 노트북업체들이 데스크톱용 CPU를 탑재해 가격을 대폭 낮춘 ‘스탠드형 노트북’으로 돌풍을 일으키자 최근에는 삼성전자·삼보컴퓨터·컴팩코리아 등 메이저업체까지 이에 가세, 세를 확대하고 있다.
‘스탠드형 노트북’이란 일반적인 노트북이 지녀야 할 휴대성과 배터리 사용시간 등의 특징보다는 가격이 더 중시되는 데스크톱 대체용 노트북 시장을 겨냥, 데스크톱용 CPU를 장착한 제품이다. 노트북에 데스크톱용 CPU를 장착할 경우 CPU 가격뿐만 아니라 더 저렴한 주변 부품을 채택할 수 있어 같은 속도의 모바일 CPU를 장착한 제품에 비해 30% 이상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이같은 스탠드형 노트북이 부상하면서 최근 현대멀티캡은 모바일 펜티엄4 정식 출시 이전에 데스크톱용 CPU를 장착, 국내 업체 중에서 가장 먼저 펜티엄4 노트북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은 발열량을 낮추고 전력소비량을 줄이는 기술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모바일(노트북) CPU를 동급 클록주파수 데스크톱용 CPU 대비 2배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해온 CPU업체들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모바일 CPU의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모바일 CPU만을 장착한 노트북만을 공급해왔던 일부 PC업체들은 이같은 스탠드형 노트북 때문에 자사의 시장점유율이 낮아지고 있다고 인텔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CPU업체의 한 관계자는 “데스크톱용 CPU와 모바일 CPU는 엄연히 전력소비량과 발열량 면에서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이원화시켜서 기술개발과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면서 “발열문제를 해결했다면 모르겠지만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라도 소비자에게 이를 인지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PC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냉각시스템 등을 충분히 갖췄기 때문에 제품상 별다른 하자도 없고 소비자들에게 이를 인지시켜도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어 선호한다”면서 “오히려 CPU업체들이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고 노트북용 CPU를 너무 비싸게 책정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PC업체 관계자는 “고객의 요구사항이 다원화되는 만큼 CPU업체들이 이에 대응하는 다양한 제품 라인업과 가격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텔의 한 관계자는 “1차 고객인 PC제조업체들의 선택에 대해 뭐라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소비자들이 제품을 살 때 이같은 사안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AMD의 한 관계자는 “‘모바일 애슬론’이 전력소모량이 35W인 데 반해 가격경쟁력이 있어 아직까지 그러한 사례가 별로 없다”면서도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짤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