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콘텐츠업계는 3차원(3D) 그래픽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국산 게임사상 처음으로 3D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는가 하면 입체 그래픽을 도입한 3D 애니메이션이 속속 탄생했다.
게임의 경우 ‘뮤’ ‘라그하임’ ‘라그나로크’ 등 신생 온라인 게임이 3D 그래픽으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애니메이션은 ‘런딤’이 극장 개봉작으로는 처음으로 3D 그래픽을 도입, 화제를 모았으며 크고 작은 3D 애니메이션이 ‘안방극장’을 수놓았다.
특히 3D 온라인 게임이 유저들로부터 큰 반향을 일으키자 수많은 게임개발사들이 3D 게임개발에 가세, ‘입체경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3D 그래픽 도입은 흑백TV가 컬러TV로 바뀐 것 이상의 혁명적인 변화”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3D 그래픽은 입체감뿐 아니라 리얼리티를 부여, 콘텐츠의 수준을 말그대로 한차원 올려 놓았다. 또 시각적 변화에만 그치지 않고 2D에서 불가능했던 여러가지 3D 효과와 기능을 콘텐츠에 도입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특히 게임의 경우 시점의 변화는 물론 줌인·줌아웃 등 그동안 2D 그래픽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기능을 구현, 유저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그러나 3D 콘텐츠 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개발 역사가 일천하다 보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미흡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기술적으로 아직 기반 기술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며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3D 콘텐츠 개발을 위한 ‘창작 인프라’를 빠른 시일 내에 갖추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이미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콘텐츠 개발에 있어 3D 그래픽 도입이 하나의 대세로 굳어진 것을 감안할 때 낡은 2D 그래픽을 고수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3D 콘텐츠 개발 현황=국내 3D 콘텐츠는 게임과 애니메이션 두축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게임의 경우 그동안 액션 장르 PC게임에서 간간히이 3D 그래픽이 등장했으나 지난해 3D 그래픽을 도입한 신생 온라인 게임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3D 게임이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뮤’ ‘라그하임’ ‘라그나로크’ 등이 3D 온라인 게임시장을 개척한데 이어 최근에는 ‘세피로스’ ‘프리스톤 테일’ ‘아타나시아’ 등 ‘2세대’를 표방하는 3D 게임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3D 게임은 신생업체들이 틈새시장으로 선호해온 것에 반해 최근에는 엔씨소프트·CCR·위즈게이트·제이씨엔터테인먼트 등 선두업체들도 3D 게임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10여종의 3D 온라인 게임이 새로 등장, 불꽃튀는 시장쟁탈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애니메이션은 하청 위주의 2D 애니메이션 제작 열기가 가시면서 창작물로 3D 애니메이션이 각광받고 있다. 중국·동남아 등 비교적 인건비가 싼 국가들이 2D 애니메이션 하청제작 물량을 흡수하면서 하나의 대안으로 3D 창작 애니메이션 개발에 눈을 돌리게 된 것.
지난해 디지털드림스튜디오의 ‘런딤’이 처음 3D 그래픽을 도입한 극장 개봉작으로 주목을 받은데 이어 ‘마리이야기’ 등이 잇따라 개봉됐다.
올해에도 극장 개봉작으로 ‘엘리시움’ ‘아크’ ‘원더풀데이즈’ ‘큐빅스’ 등이 줄을 이을 전망이고 ‘로봇렐리’ 등 TV물에도 3D 애니메이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업계는 줄잡아 많게는 10여편의 작품이 3D 그래픽으로 제작되면서 2D 애니메이션시장을 바짝 추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모두 올해는 양적인 면에서 3D 콘텐츠가 크게 확산될 전망이다.
◇질적 성장 방안=전문가들은 3D 콘텐츠 개발에 있어 양적팽창뿐 아니라 질적 성장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왕 3D 콘텐츠를 개발한다면 ‘국내용’이 아니라 세계무대를 겨냥한 수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반 기술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다.
온라인 게임의 경우 지난해 3D 콘텐츠가 잇따라 등장했지만 서비스 과정에서 수많은 기술적 문제를 야기했다. 2D 보다 상대적으로 많은 그래픽 정보를 제공하다 보니 서버가 불안정한 것은 다반사였고 그래픽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운 렉 현상도 비일비재했다. 더러는 3D 게임엔진을 개발하지 못해 해외에서 값비싼 로열티를 지불하고 엔진을 수입하는 사례도 종종 있었다.
전문가들은 보다 양질의 3D 게임을 개발하기 위해 핵심 기술인 3D 게임엔진을 업계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애니메이션 역시 아직 매끄럽지 않은 그래픽을 보완하기 위한 기반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다.
전문 인력 양성 또한 풀어야 할 숙제다.
3D 콘텐츠가 하나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음에도 이를 개발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아킬레스건과도 같다. 최근 전문인력 부족으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궁극적으로 업계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업계는 물론 정부차원에서 3D 인력양성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획력이나 마케팅력이 뒤처지는 것도 문제다. 세계시장을 겨냥하려면 앞선 기술력 못지 않게 참신한 기획이나 시나리오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또 불모지인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홍보 및 마케팅에서도 선진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밖에 업계는 내수시장의 확대에 공동으로 노력하는 한편 막대한 개발비 확보를 위해 정부 및 투자기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게임개발산업원 성제환 원장은 “게임뿐 아니라 국내 3D 콘텐츠는 양적으로 세계시장에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며 “빠른 시일내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반 기술 및 인력 등 창작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온 힘을 결집시켜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