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여름, 할리우드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있는 아이맥스 극장에서는 ‘매트릭스’를 재개봉했다. 이미 비디오까지 출시돼 ‘볼 사람은 다 본’ 영화인데, 이게 과연 장사가 될 것인지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했다. 극장측에서도 자신이 없는 듯, 주말 저녁 프로그램으로 한정해 조심스러운 재개봉을 시도했다.
하지만 그저 몇몇 ‘매트릭스 마니아’밖에는 보러 올 사람이 없을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아이맥스판 매트릭스’는 극장을 가득 메운 관객으로 입추의 여지가 없는 대성공을 거뒀다. 주인공 키아누 리브스의 대사를 모조리 외우고 있는 마니아들도 물론 한자리씩 차지했지만 영화사상 가장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을 자랑하는 이 영화를 10층 높이의 대형 스크린으로 보고 싶어한 관객이 의외로 많았던 것이다.
이런 사례는 또 있다. 애니메이션 왕국 디즈니가 1940년대 만화영화 ‘판타지아’를 아이맥스용 영화로 바꿔 2000년 1월 1일 전세계 아이맥스 극장에서 재개봉했다. 이미 죽어버린 이 영화가 아이맥스로 바뀌면서 1억달러가 넘는 박스 오피스를 디즈니에 선사했다. 아이맥스, 즉 스페셜 베뉴 필름 시장이 갖는 막대한 부가가치에 놀란 디즈니는 이후 ‘미녀와 야수’ 등 자사의 고전들을 아이맥스로 바꿔 속속 재개봉하며 불과 십년 전만 해도 기대할 수 없었던 부대 수입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기존 영화를 아이맥스로 바꿀 때 드는 비용은 아날로그 필름을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아이맥스의 화면 비율과 대형 스크린에 걸맞은 해상도에 맞춰 수정하는 데 드는 돈이 전부다. 넉넉하게 계산해도 100만달러 이하의 비용이 전부다. 애니메이션 영화 한편을 새로 만드는 데 드는 수천만달러의 예산에 비하면 밑천 없이 엄청난 수익을 남기는 장사인 셈이다.
바야흐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들이 스페셜 베뉴 필름의 잠재 가능성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지난해 나스닥 시장에 끊임없이 흘러나왔던 디즈니와 아이맥스의 합병설은 아이맥스 영화에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진 디즈니의 적극적인 행보가 주요 원인이었다. 디즈니의 가장 강력한 적국인 드림웍스도 지난해 ‘슈렉’을 개봉하면서 “2002년 여름방학 시즌에는 아이맥스 버전, 그것도 입체 영상으로 새로운 ‘슈렉’을 선보일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메이저인 소니-컬럼비아는 이미 십년 전부터 아이맥스 영화의 제작, 배급으로 막대한 매출을 올려 왔다. 30년 전 더글러스 트럼블이 파라마운트 영화사와 함께 쇼스캔사를 설립하면서 꿈꿨던 극장 문화의 다음 세대 모습이 차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당시 트럼블은 영상에 맞춰 의자가 움직이는 가상 현실 영화, 즉 라이드 영화를 개발하는 것으로 스페셜 베뉴 필름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트럼블과 그의 기술진은 눈의 피로를 극소화 하면서 70㎜ 대형·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사 방식을 개발하는 한편, 펜타곤(미 국방성)이 공군의 전투기 모의 조종 훈련을 위해 개발한 시뮬레이션 기술을 차용했다. 전투기 내부와 똑같이 만든 시뮬레이터가 창밖 영상에 맞춰 움직이면서 목표를 조준하고 명중시키는 훈련을 하는 시스템이다.
트럼블이 ‘스타 워즈’의 특수효과 의뢰를 마다하고 5년 넘게 개발에 몰두했던 라이드 필름은 1980년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통해 ‘백 투더 퓨처-라이드’가 개관하면서 진면목을 과시했다. 이 작품은 관객이 영화 ‘백 투더 퓨처’에 등장하는 타임머신 자동차를 직접 타고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며 악당 버즈를 잡는 줄거리로, 유니버설 스튜디오 테마파크의 가장 인기있는 탈 것(볼 것?) 으로 급부상했다.
이후 디즈니가 자사 연구소의 재주꾼 도널드 아이웍스를 내세워 ‘디즈니-아이웍스’를 설립, 라이드 영화 산업은 쇼스캔과 아이웍스 양대 진영으로 나뉘어 불붙듯 일어났다. 전세계 테마 파크, 엔터테인먼트 센터에 라이드 영화관이 설치되고, 조지 루카스와 같은 거장까지 라이드 영화 제작에 나섰다.
<옥토그라프 김수연 사장 sue@octograph.com>